IMF 총재 “대공황 겪을수도”

입력 2011-12-17 00:18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의 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가 침체와 보호무역주의, 고립 등으로 인해 1930년대에 경험한 대공황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면서 “위기의 진앙인 유럽 국가들이 지도력을 가지고 노력해야겠지만 모든 국가가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며 비(非)유럽권 국가들의 공조를 촉구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부터 강등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계속해서 신용등급 강등설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스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그 화살을 EU의 신재정 협약에서 빠진 영국에 돌린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모두 최상위 등급인 ‘트리플A’ 국가지만 유로존에 속한 프랑스만이 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받아 왔다. 이에 대해 영국은 “우리는 재정적자를 해결할 자체 계획을 갖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최대주주 독일이 많은 권한을 가진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이날 “구원자는 없다”며 “위기국들은 외부 지원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노력하라”며 유로존 위기에 해결사로 나설 생각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재 시장은 ECB의 국채 매입 확대와 시장 개입만이 위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ECB는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유로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스페인의 방키아를 비롯한 은행 10곳, 피치는 프랑스의 BNP파리바, 독일의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은행 7곳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췄다. 그만큼 금융회사들의 자금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총 300억 유로의 재정긴축안과 연계된 마리오 몬티 내각 신임투표를 실시해 찬성 495표, 반대 88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몬티 총리의 긴축안 집행이 한층 탄력받게 됐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