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갈길 먼 ‘박근혜 비상대책위’] 친인척 비리 타격입은 MB와 선긋기 최대 난제
입력 2011-12-16 21:07
한나라당이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앞길엔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친인척 비리로 휘청거리는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부터 고민이다. 게다가 홍준표 전 대표의 낙마를 초래했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의혹은 갈수록 파문이 커지고 있다. 비대위 인선과 향후 운영 등을 구상 중인 박 전 대표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청와대와 선긋기는 어떻게=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보좌관 비리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대통령의 처사촌에 이어 손위동서까지 저축은행 로비 대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임기 4년차 말 MB정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냉소가 팽배한 상황에서 친인척 비리까지 터져 나오며 민심은 더 얼어붙었다. 하지만 역대 정권마다 등장했던 ‘대통령 탈당 카드’에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 박 전 대표도 인위적인 선긋기는 좋게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책 차별화가 대안으로 꼽힌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중진 의원은 16일 “비대위를 총선 준비 기구쯤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20∼40대와 추워지면서 더욱 살기 힘든 서민을 위한 민생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비대위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해 주고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사다리 복지정책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의 회동에서 언급한 일자리 문제도 주 의제가 될 전망이다. 남은 예산심사 기간에 과감하게 복지 예산을 반영할 경우 정부와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친인척 게이트까지 터진 마당에 “정책 차별화 정도로 과연 MB정부에 등 돌린 민심을 잡을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비대위 첫 과제는 디도스 수습?=한나라당은 검찰이 최구식 의원과 국회의장 비서실까지 압수수색하자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선 누구도 ‘디도스’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자칫 검찰에 부담을 주고 오해를 살 수 있어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질 경우 비대위가 쇄신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한 채 사태 수습만 하다 끝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마치 뭔가 은폐하려는 것처럼 비치면 비대위가 무슨 쇄신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의 의혹 해소를 위해 비대위가 특검뿐 아니라 뭐든지 다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범죄, 비리 등에 누구보다 단호하게 대응해 왔던 만큼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물론 디도스 사건에 대해서도 당내 연루자가 확인되면 신속히 결정 내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대위 구성은=박 전 대표는 주말 비대위 활동 방향을 잡고 비대위원 인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절차와 형식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 스타일상 19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뒤 인선 작업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잠룡들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인다. 다만 비대위 당내 인사들의 경우 계파를 떠나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는 이날 김세현 미래희망연대 사무총장의 출판기념회에서 “친이·친박 구분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MB가 자행한 공천학살 때문에 생겼다”면서 “박 전 대표가 앞장서서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 달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