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수사팀 따로 노는 경찰… 조현오 청장 ‘디도스 수사’ 질책·번복 파장
입력 2011-12-16 18:20
경찰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사건의 공범 중 1명인 차모(27)씨를 검찰로 송치해 사실상 모든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사팀을 질책하고 경찰 입장을 번복하는 등 마지막까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조 청장이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모(27)씨의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는 수사팀의 결론을 공개적으로 부정한 것은 경찰 내부에서 입장 조율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조 청장에 따르면 국회의장 비서 출신 김모(30)씨가 범행 6일 전 공씨에게 보낸 1000만원이 디도스 공격 대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15일 보도자료 내용이 경찰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황운하 수사기획관은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보도자료를 무시하라”며 “김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에서 거짓 반응이 나오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김씨 등의 돈 거래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경찰이 오락가락한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조 청장이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기자간담회에선 황 기획관이 잠깐 발언하는 도중에 조 청장이 “가만있어봐”라며 말을 끊기도 했다. 황 기획관은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도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는 기존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나는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강하게 얘기했지만 황 기획관은 기존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며 경찰 입장이 오락가락한 것으로 비춰진 책임을 황 기획관에게 돌리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검찰은 범행 전후 공씨와 공범 강모(25)씨에게 1억원을 송금한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씨가 공씨를 통해 강씨에게 착수금 1000만원을 준 뒤 범행 이후 성공보수로 9000만원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돈의 성격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소환 조사와 증거물 분석 결과 김씨가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 사이버테러진상조사위원장인 백원우 의원은 범행 전날 김씨 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있었던 청와대 행정관 박모(38)씨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인터넷 담당 비서 출신이라고 밝혔다. 백 의원은 “박씨는 홍 전 대표가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시절부터 주로 인터넷 홍보를 담당했고 한나라당이 여당이 된 뒤 총리실 정보관리비서실로 옮겨 여론 동향을 체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노석조 김원철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