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으로 스크린 복귀한 조승우 “최동원 감독 역 하면서 인간적인 면모에 반했지요”

입력 2011-12-16 17:50


“한 번도 뵙지 못했고 말 한 마디 섞지 않았지만 감독님에게는 애착과 정이 있었어요. ‘영화 시사회 때 초대해서 잘했다고 칭찬받고, 애교를 부리며 야구공 잡는 법도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오는 22일 개봉되는 ‘퍼펙트 게임’에서 최동원 역을 맡은 조승우(31)는 지난 9월 최 전 감독의 타계 소식을 접했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퍼펙트 게임’은 한국 프로야구의 두 전설 최동원(롯데)과 선동열(해태)이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최고 투수의 자존심을 걸고 펼친 연장 15회 혈투를 담았다.

15일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만난 조승우는 전날 밤 늦게까지 뮤지컬 ‘조로’ 공연을 한 때문인지 약간 피로해 보였지만 인터뷰 내내 정상에 선 자의 자신감과 여유가 엿보였다.

명성황후의 호위무사로 출연한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조승우는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투수가 꿈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완전히 빨려 들어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동원을 재현하기 위해 박희곤 감독으로부터 받은 600쪽 분량의 파일북에 들어있는 스크랩 자료들을 철저히 분석했다고 했다. 역동적인 투구 폼은 어깨에 무리가 올 수 있다며 다들 말렸지만 욕심을 부렸다고 했다.

“처음에 이렇게 가거든요. 공 던지고 나서 뒷걸음질로 마운드로 가셔서 발에 묻은 흙을 털어요. 그리고 모자를 올려 쓰는데 꼭 두 번 올려 쓰세요. 로진백을 만져서 툭 털고, 안경을 이렇게도 만지고 요렇게도 만지고, 스타킹도 꼭 두 번 털어요. 그리고 바지를 올리고 뒷짐을 진 상태로 사인을 받은 뒤 바로 와인드업하고 던지시죠.”

생전 마운드에 선 최동원 선수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조승우의 설명을 듣자니 그가 자신의 배역에 녹아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느껴졌다.

그는 최동원 감독을 한 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했더니 “완전히 인간적인 사람”이라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영화에 다 담고 싶었지만 여러 제약 때문에 승부욕이 강하고 마운드 위에서 냉철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이 주로 부각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조승우는 선동열 역으로 자신이 직접 추천한 양동근의 연기를 극찬했다. “물 먹는 거, 손가락 터는 거, 모자 만지는 거, 공 던지는 거. 양동근의 연기는 누군가의 일상을 몰래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에너지는 엄청나죠. 이완(弛緩) 연기의 달인입니다. 그걸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고(故) 최동원 감독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조로’를 들었다. “8∼9m 높이에서 와이어 없이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있어요. 전 고소공포증이 있어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했어요. 무대에서는 늘 모든 걸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죠.”

그는 뮤지컬계에서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10편 넘게 출연한 영화계에서는 ‘타짜’ ‘말아톤’ ‘클래식’ 정도가 인기를 끌었다. 그는 “타율로 치면 3할인데 그 정도면 만족한다”면서도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통쾌함도 있고, 가슴 저림도 있고, 짠함도 있고, 멋있는 것도 있어요. 우리 영화가 잘돼 스포츠영화의 각종 기록들을 다 깼으면 좋겠어요.”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