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맨’들 자기희생은 당연하다

입력 2011-12-16 17:40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MB맨’들에게 여권 초강세 지역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나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은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쉽게 당선되려 하지 말고, 가급적 여당에 비우호적인 지역에 나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철학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MB맨들도 어려운 곳으로 가서 대통령 뜻을 알리는 게 도리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시점에 공개됐다. 이에 따라 MB맨들도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쇄신작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당 화합을 위해 금배지를 달아야겠다는 사욕을 버리고 자기를 희생할 각오를 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박 전 대표가 친박계를 해체하고, 친박계가 당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정 지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영남과 서울 강남지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이들 지역에 출마하려는 MB맨은 박형준 전 대통령 사회특보, 이동관 전 언론특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이상휘 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등이다. 면면을 보면 현 정부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사건 등으로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MB맨이라면 책임을 공유하며 자성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이나 영남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억지를 부린다면 현 정부야 어찌되든 혼자만 살겠다는 얄팍한 처세로 비치기 십상이다. 또 가뜩이나 힘든 이 대통령 어깨를 짓누르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내 친이계 국회의원들의 운명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당내에선 이 대통령 탈당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MB맨들의 자기희생은 당연하다. MB맨들은 이 대통령 뜻을 받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