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손기정’ 명시… IOC, 공식 이름·국적변경은 불허

입력 2011-12-15 21:49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생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한국인으로서의 지위를 상당 부분 회복했다.

IOC는 최근 손 선생의 약력을 바로잡아 달라는 대한체육회(KOC)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홈페이지 선수 소개란에 ‘손기정(Sohn Kee-Chung)’이 일본식 이름인 ‘키테이 손(Kitei Son)’으로 표기된 시대적 배경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 자료를 새로 올렸다.

새 소개란에는 ‘한국의 손기정(남한)은 1935년 세계신기록을 세웠다’고 첫머리부터 한국인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한국이 일본에 강점됐기 때문에 손기정과 동료 남승룡은 일본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손기정은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다’고도 썼다. 월계관을 받은 시상식에서는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조용히 고개를 숙여 침묵으로 항의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전했다.

그러나 IOC는 손기정 선생의 공식 이름을 ‘키테이 손’에서 ‘손기정’으로 바꾸고, 국적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고쳐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IOC는 KOC에 보낸 공문에서 “손기정의 이름과 국적 변경 문제는 1987년 집행위원회에서도 논의됐다”면서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이름과 국적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훼손할 수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