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20여명 근로비 모아 ‘참회의 기부’… “돕는 행복 이제야 깨달아”
입력 2011-12-15 21:30
교도소 수용자들이 교도소에서 일해 번 돈을 아껴 기부로 속죄하고 있다. ‘참회의 기부’가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희망의 온기를 전하고 있다.
천안교도소 수용자 20여명은 지난 4월부터 매월 근로보상금(근로비)을 모아 지역 내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고 있다. 현재까지 430여만원이 모였다.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돈이다.
이들은 “우리도 남을 돕고 싶다”고 뜻을 모아 교도소 측에 전달했고, 교도소 측은 천안시에 도움 받을 사람을 물색해 달라고 요청해 기부가 이뤄졌다. 이들은 1주일에 5일씩 교도소 내 작업장에서 산업용품 등을 제작하고 일정액의 근로비를 받는다. 노동량과 하는 일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30만∼40만원 정도다.
기부가 시작될 때부터 참여한 수용자 김민석(가명·50)씨는 매월 1만∼2만원을 내고 있다. 근로비를 가족 생활비로 보내고 나면 남는 돈은 2만∼3만원 정도니 용돈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셈이다. 김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던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이런 행복을 미리 알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수용자 이영민(가명·55)씨 역시 가족 생활비를 보낸 뒤 월 1만∼2만원을 기부한다. 사식 한번 사먹지 않고 모은 소중한 돈이다. 이씨는 “내가 저지른 범죄를 속죄하고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다”고 했다. 부모의 실직으로 학비를 마련키 힘들었던 박철수(가명·17)군은 이들로부터 매월 2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박군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분들이 나한테는 수용자가 아니라 천사”라고 고마워했다. 부모가 가출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한 초등학생에게도 이들의 지원금은 삶의 빛줄기다.
김명철 천안교도소장은 15일 “재소자들이 기부를 통해 참회와 속죄의 의미를 깨닫는다”면서 “재범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