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용 제한 단속 현장 가보니… 저층 노후건물 입점한 매장은 단속 대상서 빠져 ‘한계’
입력 2011-12-15 21:46
실내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지키는지에 대한 단속이 시작된 15일 오전 11시20분 서울 중구청 공무원 3명이 전자온도계 2대를 들고 명동 하이해리엇타비 빌딩에 들어섰다.
단속은 고·중·저 3개 층에서 층마다 창측·벽측·중앙 3곳의 온도를 측정한 뒤 평균 온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빌딩은 5∼7층이 공실 상태여서 유니클로가 입점한 3층과 CGV가 있는 10층의 온도만 쟀다. 측정 결과 평균 실내 온도는 19.7도(3층 19.7도, 10층 19.8도)로 기준치 이하. 빌딩시설부장인 김기석씨는 “겨울철엔 특별히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매장 안의 수천개 조명 열기로 실내 온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대연각 빌딩 등 나머지 5군데의 실내 온도도 20도 이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국은행연합회관 건물은 실내온도 20.9도로 기준치를 넘어선 것이 확인돼 여러 차례 온도를 다시 측정한 끝에 경고장을 받았다. 에너지사용 제한 위반 시설은 1회까진 경고장을 발부하고, 2회 이상 위반부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오후 5시10분 서울 화양동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 식당가 여기저기서 간판이 번쩍거렸다. 간판이 네온사인 1개뿐이면 오후 5∼7시 피크시간대에 켜고 있어도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간판이 여러 개일 경우엔 네온사인을 소등해야 한다.
O숯불갈비집과 K사우나가 네온사인을 포함해 5∼6개씩 되는 간판을 켜고 영업하다가 단속반에 적발됐다. O숯불갈비집에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주인이 “지금 다른 사람이 네온사인을 끄러 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단속반은 정부 지침을 어긴 영업소에 경고장을 발부했다. 인근 업소 주인들은 “간판 불을 다 끄면 저녁시간 손님을 어떻게 끌어들이냐. 현실을 무시하는 행정”이라고 소리 높여 불만을 쏟아냈다.
에너지사용 제한 계획의 허점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명동 거리에 늘어선 매장들 대부분은 출입구를 활짝 열어놓고 전기난로 2∼3대를 최대치로 틀어놓은 채 영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매장이 입점한 건물들은 계약전력이 100㎾가 안 되는 오래된 저층건물이라서 실내온도 단속 대상에서 빠진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은 내년 2월 말까지 전력 절정시간대에 난방기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KB금융그룹은 당분간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모든 건물의 난방기 가동을 중단한다.
백화점들도 에너지 절감 노력에 동참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날부터 매장 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면서 ‘직원 내복입기 캠페인’을 펼친다고 밝혔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은 내년 2월 말까지 크리스마스트리를 포함한 외관 조명을 전력 피크시간을 피해 오후 7시∼오후 10시에만 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간판과 광고탑 등 옥외 조명은 영업시간 종료 후 30분 이내에 소등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홍석우 장관 주재로 한국전력, 발전 6사, 전력거래소 등 10개 유관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력수급 비상점검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최근 잇따른 발전소와 변전소 고장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조사 및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홍 장관은 “인재(人災)에 해당되는 고장 문제는 절대로 생기지 않아야 한다”며 “그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사 조치를 포함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15일과 16일 예비전력을 각각 418만㎾와 408만㎾로 전망하고 대규모 전력 수요처 대상 긴급 수요 감축, 절전 규제, 에너지 사용제한 등을 통해 예비력 200만㎾를 확보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특히 전력 수요관리를 통해 가능한 한 예비전력 500만㎾이상을 유지할 계획이다.
김정현 임세정 김찬희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