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면 등판] 친이도 친박도 “단결”… 박근혜로 시작, 박근혜로 끝
입력 2011-12-15 18:42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2년7개월 만이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를 앞에 두고 발언대에 오른 의원들은 그동안 박 전 대표에게 직접 하기 힘들었던 요청, 제안, 쓴소리 등을 봇물 터뜨리듯 쏟아냈다.
의총이 열린 국회 본청 246호에 들어선 박 전 대표는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은 서병수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참모그룹을 지나쳐 친이명박계 출신 의원들 사이에 앉았다. 당 쇄신과 소통방식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해석된다.
의원들은 박 전 대표 자리까지 찾아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의총은 이른 시각인 오전 8시에 시작됐지만 전체 167명 중 129명이 참석하면서 높은 출석률을 보였다.
◇일사천리 ‘박근혜당’으로=비공개 자유발언에서는 박 전 대표와 쇄신파의 전날 회동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쇄신파가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권영진 의원은 지난 7일 박 전 대표와의 단독면담을 소개하며 “당시 박 전 대표가 친이·친박은 없다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권 의원과 박영아 의원은 탈당한 의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전날 김성식·정태근 의원의 탈당계를 접수하고 처리했다.
친박계는 계파 해체를 자청했다. 박 전 대표의 향후 활동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다. 최경환 의원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대권을 향하고 있는데 무슨 계파 등 이런 것은 맞지 않다”며 “친박은 모두 물러나고 나도 당직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윤상현 의원도 “친박계는 전원 2선으로 후퇴하자”고 주장했다. 친이계 출신 김영우 의원은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단결하자”고 화답했다.
한나라당은 의총이 끝난 직후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권한을 발휘하면서도 대선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안을 30분 만에 의결했다. 개정안은 비대위원장을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의 예외로 뒀다. 또 비대위는 대표최고위원이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 비상상황에서 설치되며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로 위원을 구성하도록 명문화해서 비대위의 존재 근거를 만들었다. 개정안은 오는 19일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될 경우 최종 확정된다.
◇일부 반발도 나와=‘박근혜 비대위’의 인적구성 및 운영과정, 당 쇄신 방향을 놓고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불리는 조해진 의원은 의총 발언에서 “지도부를 당원이 뽑는 정당이 비대위 설치를 명문화한 것은 쿠데타를 합법화한 것”이라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있는데 비상상황에선 ‘혁명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 헌법에 규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위는 거당 총력체제, 올코트 프레싱(전면 압박수비)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잠룡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은 상임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이 의결되기 전 ‘재창당 때까지만 비대위를 운영하고 8인 이상을 외부인사로 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상임전국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朴 “시간이 많지 않다”=박 전 대표는 메모를 하면서 의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경청했다. 그는 “요즘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당과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국민이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며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어떤 형식도 국민에게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짧은 시간에 국민에게 다가가고 국민의 삶을 챙기느냐에 당의 명운이 달렸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비상시국을 맞아 박 전 대표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 여기까지 왔다”며 “비대위가 성공하면 당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