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전환은 당연” VS “자격증도 없이 무임승차”… 초중고 영어회화강사 지위 논란

입력 2011-12-16 10:10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대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학교회계직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지위를 두고 강사와 교원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영어를 가르친다. 영어회화 강사는 2009년 7월부터 전국 시·도교육청이 서류심사, 면접, 수업실연 절차를 통해 선발했다. 전국적으로 6000여명에 달한다. 초중등교육법은 영어회화 강사를 초중등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회계직은 기간제근로자법에 따라 근무연수가 2년을 초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되지만 영어회화 강사는 근무연수가 길어져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때문에 일반 학교회계직보다 더 큰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이 가운데 당정이 영어회화 강사까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자 정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해 기간제 교사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한 고교의 기간제 영어교사 이모(28·여)씨는 “엄청난 임용고시 경쟁률 속에서 교원이 되려고 어렵게 노력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전공자도 아닌 사람에게 정년을 보장해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이숙현(45·여)씨도 “무자격 교사에게 아이를 믿고 맡기긴 어렵다”면서 “무기계약직 전환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공교육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영어회화 강사는 대부분 미국인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고 공인영어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어회화 강사 B씨는 “일반 교사가 가르치는 작문, 독해, 문법이 아닌 회화 분야만 맡아 지도 분야가 확연히 다르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서울 영어교육 강화정책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에서도 학부모들이 회화 실력이 뛰어나고 수업을 잘하는 한국 선생님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교사 대우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열악한 처우 개선만 바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국학교회계직연합회 이시정 사무처장은 “학교장 재량으로 언제든 해고될 수 있어 영어회화 강사들이 정규 영어 수업 외에 교재개발, 시험감독 등 다른 업무까지 무리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강사를 필요할 때 채용한 뒤 쓰고 버리는 인력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