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손윗동서 제일저축銀 고문 역임… ‘유동천 리스트’ 현실화 조짐
입력 2011-12-15 21:44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72) KT&G 복지재단 이사장이 14일 구속되면서 유동천(71·구속 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황태섭씨를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앉혔던 사실도 드러났다. 유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제일저축은행 구명 로비와 관련한 ‘유동천 리스트’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강원도 삼척 출신의 유 회장은 지역 인사들과 오랜 기간 교분을 나눴다. 강원도 출신 금융인 모임을 통해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정부 관료 및 금융업계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다져온 유 회장은 지역 인사들을 바탕으로 인맥을 확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에게 인사 청탁을 한 경제부처 고위 관료 역시 이 지역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 회장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건의 경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정담당관 출신 이모씨가 개입돼 있다. 유 회장은 1993년 청와대에 근무하던 이씨를 알게 된 후 친분을 유지하다 2004년 이씨의 부탁을 받고 모두 45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저축은행 임직원들은 담보능력 등에 의문을 표시했지만 유 회장의 지시로 실제 대출로까지 이어졌다.
이 밖에 유 회장이 강원도 출신의 전 국회의원 L씨에게도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15일 제기됐지만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도 관련 인사들의 연루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유 회장이 제일저축은행 영업정지 및 수사 무마를 위해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점차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추가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 회장은 또 2008년 김윤옥 여사 둘째 언니의 남편인 황씨를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영입해 매달 고문료를 지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유 회장이 ‘이명박 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황씨를 대외 로비 창구로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고문료 지급은 맞지만 아직 범죄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