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업무 수행차 이국철 만났다는데… SLS 구명로비 의혹 부인 불구 ‘부적절한 만남’ 지적

입력 2011-12-15 21:20


김준규(사진) 전 검찰총장이 정권실세 로비를 폭로한 이국철(49·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을 올해 초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 회장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대영로직스 대표 문환철(42·구속기소)씨가 주선했다.

김 전 총장은 15일 서울 서초동 한 커피숍에서 기자들을 만나 “총장으로서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 이 회장을 딱 한번 만나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장소는 문씨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내 식당이었다. 김 전 총장은 수행 없이 혼자 나갔다. 그는 “당시 SLS 수사 배경에 대해 나쁜 얘기가 많이 돌았다”며 “검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더 터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갔다. 정상적 임무 수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장은 “문씨가 ‘이 회장이 너무 억울해한다’며 보자고 했지만 미루다가 1심 재판(지난해 11월 19일 선고)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나간 것”이라며 “이 회장 얘기를 들어보니 당사자에게는 억울한 스토리였지만 증거로 입증된 게 없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식사 자리에서 2009년 SLS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당했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얼마 뒤 대검에 관련 진정을 냈고, 사건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에 배당됐다.

김 전 총장은 문씨와의 관계에 대해 “고검장 시절(2009년 5∼7월) 친지의 소개로 알게 됐다. 몇 달에 한 번 안부 전화를 걸어왔는데 이 회장과 돈 거래가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저쪽은 로비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볼 때는 민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총수가 분식회계·뇌물공여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을 은밀하게 접촉한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 “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 K씨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두 번 만났다”고 적었다. 이 회장이 비망록에서 언급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배수씨가 구속된 데 이어 김 전 총장을 만난 것도 사실로 확인되면서 검찰 고위층 로비 관련 의혹도 수사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비망록에는 이 회장이 전·현직 검사장급 이상 간부 11명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쓰여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고위정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구명 로비와 관련된 검찰 현직도 4∼5명 더 있다. 구체적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검찰 관련 부분은) ‘카더라’식의 전언이거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호일 김현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