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반정부 시위 국면 ‘국민과 대화’ 승부수… 국가적 사안 때마다 TV서 카리스마 발휘
입력 2011-12-16 01:11
이번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승부수가 먹힐 수 있을까. 푸틴 총리가 15일(현지시간) 국영TV에 출연해 생방송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푸틴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기뻤다”며 “국가와 경제, 정치 등에 대해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진다면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총선 결과가 러시아의 실제 세력 균형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선거 결과는 국가 내 세력 균형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통합러시아당이 주도적 지위를 잃은 건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여당이 표를 잃은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 위기로 인한 국민 생활의 악화를 꼽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에게 총리직을 제안할 것이라는 점도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선거 부정을 차단하기 위해 내년 3월 대선부터 모든 투표소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만여개의 모든 투표소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내내 작동시키고, 모든 나라가 인터넷을 통해 보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총선 과정에 많은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주장을 부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또 시위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드러냄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 시위 사태에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외국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과의 대화’는 푸틴의 장기 중 하나다. 2000년 대통령 취임 후 이번이 10번째로 지난해에는 무려 4시간25분 동안 진행됐다. 국가적 사안이 있을 때 TV에 등장해 마라톤 대화를 펼치며 자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의 ‘카리스마 쇼’가 이번에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1990년대 이후 최대 인파가 시위를 벌이며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 시위대는 오는 24일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시위 규모를 5만명까지 정식 허가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