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사면초가… 亞 국가들도 수출 타격

입력 2011-12-15 21:18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사면초가다. 위기 해결을 위한 열쇠를 쥔 독일은 ‘더 이상 총대를 메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보내고, 자금난이 심각한 유럽 은행권은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리스 정부에 이어 이탈리아 새 내각은 재정긴축안을 놓고 신임투표에 부치는 모험을 강행하고 있다. 갈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유로존 위기 여파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수출에까지 타격을 입히고 있다.

◇유로존 고통 가중=유럽 내 불안감은 독일의 입을 통해 또다시 불거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내년 출범하는 유로안정화기구(ESM) 기금의 규모를 5000억 유로에서 더 확대하는 데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 유로본드 발행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은 전날보다 0.03달러 내린 1.29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이후 심리적 지지선인 유로당 1.3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지난 8∼9일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합의한 신재정협약의 약발도 먹히지 않고 있다.

은행권 충격은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프랑스 2위 은행 크레디아그리콜, 덴마크 단스케방크 등 유럽 5개 대형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했다. 여기에다 독일의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 등 은행권에서도 공적자금 투입설이 나돌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16일 긴축안을 놓고 하원 신임투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마리오 몬티 총리는 지난 4일 330억 유로 긴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요 노동조합이 잇따라 파업에 나서는 등 긴축안 의회 통과 가능성은 불분명한 상태여서 이탈리아를 둘러싼 유로존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도 피해 가시화”=독일마저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파격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자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수출 감소에다 이제 경기침체 불안까지 덮칠 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은행권의 금리 급등과 대출 규모 감소로 아시아 항공 및 운송업계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호주 등을 예로 들었다. 한진해운의 경우 올해 유럽 은행 11곳의 대출금이 2006년의 80%에 그쳤는데 이자는 4배 이상 비싸게 내고 있다. FT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한국의 선박과 휴대전화 수출량은 전년 대비 각각 72%, 53% 줄었다며 중국 등 아시아의 수출량도 급감했음을 지적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