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3차 회담 가시권… 北 쌀 고집 철회·분배 모니터링 수용땐 12월 22일께 가능

입력 2011-12-15 18:01

북·미 3차 회담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와 리근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식량지원 문제를 협의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14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북한에 ‘영양 지원’ 제공과 관련해 그동안 해온 협의의 일환”이라며 “식량(쌀)이 아닌 영양보충제나 비타민 등이 포함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 행정부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쌀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 엄격한 북한 내 분배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왔다. 그런 확실한 원칙을 갖고 있는 미국이 지난 5월에 이어 북한과 다시 식량지원과 관련된 대화 자리를 가졌다는 것은 일단 뭔가 진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교소식통은 베이징에서의 북·미 간 접촉 자체가 “일단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의 완고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 시점에 대화를 갖자고 나온 것을 보면 관계를 진전시켜보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베이징 접촉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북·미 3차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다음 주 22일을 전후해 제3국에서 3차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뉼런드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외교에서 올해가 끝났다고 얘기하지 않겠다. (3차 회담 시기를) 예측하지 않겠지만 노력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연내 개최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은 북한에 있다”고 언급, 북한의 태도 변화만 있으면 3차 회담이 바로 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미는 최근 뉴욕 채널을 통해 잦은 대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핵심 사안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도 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태도 변화의 의지를 내보인다 하더라도, 미국이 진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좀 더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야 6자회담 재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한 정부의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

베이징에서의 북·미 접촉으로 북·미 간 대화의 깊이가 좀 더 깊어지는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베이징 결과가 순조로울 경우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북·미 대화 진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