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주한 美 대사 “한·미 FTA 발효 후 ISD 등 논의할 준비 돼 있다”

입력 2011-12-15 18:01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비롯해 어떤 우려 사항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15일 서울 정동 미 대사관 관저에서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부임한 김 대사가 국내 언론과 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사는 “ISD는 국제적 기준으로 단순히 한·미 협정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한국이 다른 나라와 한 많은 협정에 포함된 조항”이라며 “한·미 FTA에 ISD가 포함된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한·미 FTA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이행 후 ISD도 (한국정부가) 논의하고자 한다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 이란제재법을 통과시킬 경우 한국을 예외로 인정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대사는 “현재 미국은 행정명령으로 이란 제재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도 이란 제재를 확대할 수 있는지 살피고 있는 단계”라며 “향후 (입법) 진행 상황을 말하기 이른 시기이며 가상적 상황에 대해 추측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그는 “다만 이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과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회견에서 김 대사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미 관계의 네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강력한 안보동맹, 경제 분야에서의 역동적이고 호혜적인 관계, 다른 분야로의 협력 확대, 양국 간 인적 교류 등이다. 김 대사는 “한·미 양국의 군사파트너십은 세계에서 가장 굳건한 게 아닐까 한다”면서 “양국 안보동맹은 한국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6자회담과 관련, “글린 데이비스 신임 대북 특별대표와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로 새로운 팀이 구성됐지만 한국과 긴밀한 협조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북한과 관련된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건 워싱턴과 서울,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또 한·미 간 협력이 기존 교역과 안보를 넘어 해외 원조, 아프간 지원, 환경문제 등으로 확대되길 기대했다. 그는 “특히 개발원조 분야야말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한국은 굉장히 놀라운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개발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최초의 한국계 미국대사로서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으로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며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슈퍼맨은 아니다. 한국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출연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한국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현상이나 활동에 관심이 많다”며 “절 초청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데 만약 온다면 생각은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외교관의 본분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김 전 대통령은 한국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라며 “언젠가는 이 여사도 만날 기회가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의 부친인 고 김재권씨는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로 근무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