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홀’ 제작·주연 니콜 키드먼 “누가 삶이 아름답다고 했나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는데”

입력 2011-12-15 17:50


각각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세 여인의 삶을 그린 ‘디 아워스’(2002)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던 할리우드 톱스타 니콜 키드먼(44). 그가 이번에는 8개월 전 교통사고로 네 살짜리 아들을 잃은 부부가 겪게 되는 상실의 아픔과 치유 과정을 담은 영화 ‘래빗 홀(Rabbit Hole)’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오는 22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토니상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같은 이름의 브로드웨이 연극이 원작으로 ‘헤드 윅’(2000) ‘숏 버스’(2006) 등을 연출한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키드먼은 이 영화에서 아들 대니를 잃은 슬픔과 아들 없이 살아가야 하는 두려움을 가슴 속에 꾹꾹 눌러놓지만 결국 폭발하고 마는 엄마 베카로 분해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에 제작자로도 참여한 그는 최근 이메일을 통한 인터뷰에서 “‘래빗 홀’은 서로 교감하려 하고 함께 있으려 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려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영화는 가장 직면하기 두려워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삶은 매우 아름답지만 때로는 매우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라며 “나는 그 점에 매우 공감했기 때문에 베카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제작을 결심하게 된 이유로는 “나는 극단적인 주제를 다루는 시나리오가 흥미롭다. 내가 제작하는 영화들은 장르는 다르지만 결국 사랑을 테마로 다루고 있다”며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다룰 수 있는 가장 극단적 형태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래빗 홀’이 상실의 아픔을 그리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이 영화가 매우 아름다운 건 등장인물들의 예민한 대화 속에서 그들의 고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들의 모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 보이지만 결국 그들은 미래에 밝게 빛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그는 아들의 부재(不在)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남편 하위를 맡은 에론 에크하트,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공유하며 베카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베카의 엄마 냇으로 출연한 다이안 위스트와 멋진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키드먼은 “‘래빗 홀’을 보고 난 후 관객이 ‘나는 혼자가 아니고, 삶의 최악의 순간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것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