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웨이’로 7년 만에 돌아온 강제규 감독… 280억 들여 전쟁영화 ‘정점’ 찍었다
입력 2011-12-15 17:50
한국형 블록버스터란 영역을 개척한 ‘흥행 제조기’ 강제규(49) 감독이 전쟁 영화 ‘마이 웨이’로 7년 만에 돌아왔다. ‘마이 웨이’는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순제작비만 280억원) 투입, 장동건·오다기리 조·판빙빙 등 한·일·중 톱스타들의 출연 등이 진작부터 충무로의 이목을 끌었다.
이야기 구조도 독특하다. 경쟁관계였던 조선의 마라톤 선수 준식(장동건)과 일본 청년 다츠오(오다기리 조)가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으로 참전해 고난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의 희망이 되어간다는 이야기다.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메가폰을 잡은 작품마다 그해 한국영화 최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쓴 강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점도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언론시사회 다음날인 14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강 감독은 “전쟁영화 연출은 너무 힘들어 다시는 안 하려고 했지만 몇 년 전 시나리오 초고와 (독일군 복장을 한 동양인 포로 사진에 관해 다룬) 방송 다큐멘터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근현대사에 이렇게 파란만장하고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일이 실제 있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주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동건은 일본어 공부를 철저히 해 전체 대사의 60%가량인 일본어 대사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고 전했다. 특히 오다기리 조에 대해 “‘1초 단위가 아니라 24분의 1초(필름영화에서 한 컷이 찍히는 시간) 단위로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칭찬해 줬을 정도로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 낼 줄 아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또 “촬영 중에 한국과 일본을 오갔는데 올 때마다 스태프들에게 조그마한 과자나 컵라면이라도 꼭 사다 줄 정도로 마음이 굉장히 따뜻하고 순수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전투 장면들을 자랑한다. 만주와 몽골 국경지대에서 일본군과 소련군이 벌인 ‘노몬한 전투’, 폐허가 된 도시에서 벌어진 소련군과 독일군 간의 전투 등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라트비아의 한 해변에서 촬영한 노르망디 해안 전투 장면이었다고 했다. 그는 “노르망디 해전은 널리 알려진 전투이고 여러 차례 영화화됐기 때문에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차별화되고 완성도 높은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 초기에 별도의 전담팀을 꾸려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왔지만 예산이 빠듯해 당초 구상했던 장면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한다.
강 감독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해외 영화까지 포함해 전쟁영화의 정점을 찍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마이 웨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시장까지 겨냥해 만든 작품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22일(15세 이상·상영시간 145분), 일본에서는 다음 달 중순, 중국에서는 내년 2월 말에 개봉될 예정이다.
강 감독은 일본 군국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한 것이 일본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했는데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은 아주 소수였다”며 “‘마이 웨이’를 영화로 받아들이지 사회·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선택만을 남겨두고 있는 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을 이렇게 밝혔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울림을 주고 있지만 영화는 아직 중국이나 일본 등 인접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마이 웨이’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낸다면 한국영화가 또 한 단계 발전하는 토양이 될 겁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