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지키려면
입력 2011-12-15 17:32
이번 주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세계 8개국, 42곳에서 시위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1000번째 수요 집회를 열면서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비’를 세웠다. 비석이라기보다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불러야 할 이 동상에 일본 측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소녀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 할머니들을 지키지 못하는 꼴이 된다.
국제적인 연대는 감동적이었다. 미국 뉴욕에서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뺨을 부비며 위로했으며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300여명이 모여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가해국 일본에서도 양심이 꿈틀거렸다. 외무성 청사를 인간띠로 에워싸는 퍼포먼스에 시민 1300명이 참여했다. 삿포로와 후쿠오카, 히로시마 등지에서도 별도의 응원집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위안부 동원 사실에 진심어린 사죄를 한 뒤 절차에 따라 법적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전쟁 희생자들의 최소한의 요구에 불과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일본은 그동안 녹음기를 틀듯 같은 말만 되풀이해 왔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것, 1994년 형식적인 반성에 그친 무라야마 담화를 강조할 뿐이다. 그러나 한일청구권 협정을 체결할 당시에는 위안부 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또 전범과 같은 반인류범죄는 소멸시효가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합의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주말에 일본을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 대응하는 한·일 안보협력을 위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입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의 강력한 뜻을 밝혀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두 나라의 진정한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