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결혼관에서 세대 간 차이나는 이유는” 한은 입사시험 문제 맞아?

입력 2011-12-14 18:40

최근 치러진 한국은행의 신입행원 필기시험에서 ‘문사철’(文史哲·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을 뜻하는 말)이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을 중시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파격이다. 왜 대한민국 금융의 정점에 서 있는 한은이 ‘문사철’에 주목한 것일까.

한은은 최근 치른 2012년 신입행원 필기시험에서 ‘가족관·결혼관에서 세대 간의 가치가 차이가 나는 이유를 논하라’는 논문형 문제를 출제했다고 14일 밝혔다. 한은은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신체검사를 거쳐 최근 합격자 52명을 뽑았다.

한은은 필기시험 가운데 전공논술(배점 100점)과 일반논술(100점)로 구성된 논술시험에서 전공논술의 경우 논제를 ‘외국자본 유입에 의한 환율 변화를 논하라’로 냈다. 수험생들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반면 일반논술 논제는 소위 5개 전공(경제·경영·회계·법·통계학)과는 연관성이 없는 주제였다.

이 때문에 다소 엉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상당수 수험생이 당황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은의 이런 행보에는 인문학적 밑그림이 없는 경제 혹은 금융은 소비자와 시민에게 외면을 받는다는 반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 김중수 총재는 요즘 ‘문사철 총재’로 불린다.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박원순(서울시장) 현상에 관심을 둬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을 남의 일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월가 시위에 대한 국내외 시각과 평가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인문학적 사고를 강조하기도 한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신입행원 필기시험 문제는 따뜻한 자본주의, 따뜻한 금융을 원하는 시대 흐름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는 김 총재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