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원유 전쟁’ 긴장감
입력 2011-12-14 18:17
미국과 이란의 ‘원유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이란은 국제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점검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실시키로 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의회 국방위원회 소속 파르비즈 사르바리 의원은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식에 관한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며 “세계가 이 지역에 안보 불안을 일으키길 원한다면 우리는 세계의 안보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그동안 자신들의 영토가 공격받는다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이란의 주요한 보복 수단으로 거론된다. 이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통과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이라크에서 생산된 원유와 카타르산 천연가스 대부분도 전 세계로 수출되기 위해서는 이곳을 지나야만 한다.
미국도 사실상 이란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제재 조치를 진행 중이다. 미 의회는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 강력한 이란 제재안을 최종 통과시킬 예정이다. 지난 1일 상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안 중 이란 제재안의 핵심 내용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기관은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란 중앙은행을 세계 금융시스템과 단절시키려는 조치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기 때문에 사실상 원유 수입을 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미국은 원유 수출을 봉쇄함으로써 이란 경제를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초강력 제재안이 동맹국들의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자 미 상·하원 지도부는 이란 제재에 협조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약간의 융통성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렇다하더라도 제재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이란의 외화벌이 수단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결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