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지켜낸 당신 그 값진 희생 헛되지 않으리”… 故 이청호 경사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11-12-14 21:20
“대한민국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고(故) 이청호(41) 경사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10시 인천시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 뒤편 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동해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대신 읽은 애도의 말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 비서관이 이 경사의 부인 윤경미(37)씨에게 대통령의 조의를 전하자 윤씨는 슬픔을 참기 힘든 듯 통곡했다.
장례위원장인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조사(弔辭)에서 “당신은 대한민국 공권력의 상징이었다”며 “당신을 대신해 1만 해양경찰 모두가 따뜻한 가족이 돼 (아들들과 딸이) 이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모 청장은 이어 유족석으로 다가가 이 경사의 분신인 아들 2명과 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이 경사는 지난 12일 오전 서해 소청도 앞바다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나포작전 중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안타깝게 산화했다.
당시 작전에 동행했던 인천해경 3005함 직원 장성원 순경은 고별사를 통해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하려던 당신께서 한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나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고 애석해했다.
여경 2명의 부축을 받으며 남편의 영정 앞에 자녀들과 함께 나온 부인 윤씨는 사랑하는 남편과의 이별이 가슴 아픈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목 놓아 울었다.
해경 전용부두는 이 경사가 지난 2월 3005함에 배치된 뒤 구난·검문검색팀장으로 활약하면서 수시로 드나들었던 곳이다. 이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하듯 잔뜩 찌푸린 날씨에 부두에는 눈발이 간간이 흩날렸다.
앞서 이 경사의 영정을 앞세운 유가족들의 행렬이 해양경찰청 관현악단의 ‘장송행진곡’ 연주 속에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제주, 남해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료 경찰관을 비롯해 820여명의 조문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영결식이 끝나고 화장장으로 떠나는 검은색 리무진 트렁크에 이 경사의 관이 실리고 트렁크 문이 닫히려 하자 딸 지원(14)양이 매달리며 “아빠 나 여기 있어. 일어나”라고 울부짖어 주위를 더욱 애처롭게 했다. 부두에 정박한 3000t급 경비함에서도 30초간 애도의 기적이 울렸다. 이 경사의 유해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