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이라는 큰돈 어디서 났나 김씨 역할에 의혹… 납득 안되는 ‘디도스 공격’ 수사

입력 2011-12-14 21:42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김모(30·국회의장 전 비서)씨가 공격을 실제 수행한 강모(25)씨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씨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출신으로 주범 공모(27)씨를 최 의원 비서로 만들어준 인물이다. 공씨의 범행 계획도 알고 있었던 그가 범행 전후에 사건 관련자들과 거액을 주고받은 것이 사건과 무관할 리 없다. 1억원이라는 큰 돈을 마련한 정황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의 혐의점이나 돈 거래의 범죄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말 범죄와 무관한 거래였나=14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6일 전인 지난 10월 20일 공씨에게 월 25만원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사업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공씨는 사업자금으로 쓰지 않고 강씨에게 보냈고 김씨에게 이자도 주지 않았다. 범행 16일 후인 지난달 11일 김씨는 원금의 30%를 이자로 받기로 하고 강씨에게 9000만원을 보냈다. 이 중 8000만원은 강씨 회사 직원이자 공씨의 친구인 차모(27)씨가 도박으로 탕진했다. 강씨는 지난달 17일과 26일 두 차례 1억원을 김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건의 거래를 종합하면 김씨가 강씨에게 1억원을 줬다가 돌려받은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 등이 발각되기 쉬운 실명계좌로 거래했고, 정황 진술도 일치한다는 이유로 범죄와 무관한 사적인 돈 거래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공씨와 강씨의 범행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공씨가 잡힐까봐 걱정했다는 김씨가 범행 전후 시점에 범행과 무관하게 이들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씨가 건넨 1억원의 출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달 초 전세금이 싼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1억7000만원의 차액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지 여윳돈이 생겼다고 민감한 시기에 범행 당사자에게 선뜻 내놓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황상 김씨가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아 강씨에게 범행 대가(착수금+성공보수)로 줬다가 돌려받은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이다. 검찰수사는 이 점에 집중돼 배후 세력을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왜 계속 사실을 은폐하나=돈 거래에 대한 경찰의 설명이 사실이더라도 왜 경찰이 그 사실을 지난 9일 수사 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경찰은 지난주 피의자 진술을 통해 돈 거래 사실을 알았고 이번 주 초 김씨 계좌추적으로 최종 확인했다. ‘공씨와 강씨 일당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결론을 방해할 만한 사실을 최대한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찰은 범행 전날 김씨 등의 저녁식사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이 동석한 사실도 숨겼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보는 검찰은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른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자금 전달에 관여한 강씨의 비서 강모(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김씨-공씨-강씨 사이 돈 거래를 범행과 무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건넨 1억원의 출처가 배후를 밝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찰 수사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다른 용의자는 없는지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노석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