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추가 건설·기존 시설 수명연장 포기해야” 국책硏, 정부 정책에 반대 파문

입력 2011-12-14 21:49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원자력발전 추가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국책연구기관 연구진으로부터 나왔다.

지금까지 환경단체나 학자들이 원전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경우는 많았지만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국책연구기관이 보고서에 담은 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의 34%에서 59%까지 늘리고, 원전 수출도 계속할 방침이다. 국책연구소가 정부정책과 전혀 다른 방향을 제안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행정연구원은 올 초부터 협동연구로 수행한 ‘미래세대의 지속가능발전조건: 성장·환경·복지의 선순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에너지분야를 맡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강광규 환경평가본부장은 “추가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삼가고 내구연한까지만 가동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기본계획보다 상향조정해 원전 공급 감소분의 일부를 충당케 하자”고 제안했다.

강 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협동연구 참가자 다수는 원전 추가건설이나 연장가동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워크숍에서는 더 강력한 반(反) 원전 입장을 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종발표에서 다소 완곡해졌다”고 말했다.

협동연구에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선임연구위원, 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선임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서지영 연구위원, KEI 강 본부장, 한국행정연구원 정지범·류현숙 연구위원, 서울대 이지순(경제학)·안상훈(사회복지학) 교수, 국민대 최항섭(사회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조발제문에서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정책은 현 세대의 부담을 미래 세대에 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녹색성장 정책의 한계로 ‘경제성장을 가장 우선시한다’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와 함께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를 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정부는 원전의 단계적 폐기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연구총괄을 맡은 이지순 교수는 “강 본부장 입장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원전을 둘러싼 쟁점에 이견이 많아 논의를 더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연구 결과에 대해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원전 추가건설을 반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며 “정부는 원전확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