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차관’ 소환… SLS 접대 여부 집중추궁

입력 2011-12-14 21:42

이국철 SLS그룹 회장 폭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가 14일 ‘왕차관’ 박영준(51)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환했다. 신재민(53·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이어 박 전 차관까지 정권실세 2명이 이 회장 폭로에 휘말려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오후 3시50분쯤 BMW를 타고 검찰청사에 나온 박 전 차관은 “사실 관계를 당당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이 2009년 5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SLS그룹 현지 법인장 권모(48)씨가 400만∼500만원 어치의 접대를 했다고 지난 9월 폭로했다. 이에 박 전 차관은 지인인 대기업 해외법인장 강모씨가 술값을 냈다며 영수증을 공개한 뒤 이 회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접대 당사자인 권씨 행방이 묘연해 이 회장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지난달 28일 일본에 머물던 권씨가 검찰 조사에 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권씨는 당시 저녁식사 후 2차 술자리는 강씨가 계산했지만, 3차 술값은 자신이 SLS 법인카드로 20만엔(당시 환율로 265만원)을 지불했고 박 전 차관이 이용한 차량 렌털 비용 10만엔(132만원)도 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권씨도 함께 불렀다. 박 전 차관과 대질 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 등으로부터 7억5000만원을 받은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배수(46·구속)씨의 로비 과정에 박 전 차관이 관여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박씨(1996∼현재)와 박 전 차관(1994∼2005년)은 모두 이 의원 참모 출신으로 의원실에서 함께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박씨가 이 회장의 각종 민원을 해결해 줄 때 동료 보좌관이었던 박 전 차관을 통했을 개연성이 있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서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해) 박 보좌관과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42·구속기소)씨가 정권 실세 P씨(박 전 차관)를 직접 만났다”고 언급했다. 한편 검찰은 박씨의 계좌에서 수억원의 돈이 빠져 나와 토목업체 A사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 A사 대표 김모씨를 불러 자금의 성격 등을 조사했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