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제동?… 쇄신파 추가탈당에 촉각

입력 2011-12-14 18:27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재창당을 요구하는 쇄신파들과 만난 14일에도 정태근 의원의 탈당 여진은 이어졌다.

우선 하루 전 조건부 탈당을 선언했던 김성식 의원이 이날 오전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는 “19일로 예정된 전국위원회의 당헌·당규 개정여부를 지켜본 뒤 탈당하겠다”고 했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신당 수준의 재창당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당내에서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제 한나라당에서 나와 허허벌판으로 나간다”고 밝혔다. 그는 라디오방송에 출연, “계속 이 당에 머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몇 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가 탈당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내에선 김성식, 정태근 의원과 정치적 입장을 함께 해 온 남경필, 정두언, 권영진 의원과 최근 쇄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원희룡 의원 등의 탈당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거론되는 인사들은 이를 부인했다. 남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두언 의원도 그동안 동료 의원들의 탈당을 만류해왔다는 점에서 탈당보다 당 쇄신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 계획은 전혀 없다”며 “그런 에너지를 갖고 당이 낡은 정치, 이명박 정부의 과오에서 철저히 거듭 태어날 수 있는 행동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용태, 임해규 의원 등이 탈당 가능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당장 탈당을 감행할 의사가 없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하지만 쇄신파들이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만족할 만한 소득을 얻지 못할 경우 다시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이들이 탈당에 신중한 것은 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 위기감 때문에 계획적으로 탈당했다는 비난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쇄신파가 요구해 온 재창당 명문화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이미 탈당을 선언한 두 의원이 다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펄쩍 뛴다. 정태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재창당 요구를 받아들여도 탈당 번복은 없다”고 강조했고, 김성식 의원도 “박 전 대표와 쇄신파 논의 결과에 관계없이 추후 탈당을 번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정치권에서는 탈당파의 진로와 관련, 수도권 의원들을 규합해 ‘수도권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러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추진하는 중도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존 정당구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