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꺾인 민주당, 결국 등원하나

입력 2011-12-14 21:41

민주당이 장외투쟁과 원내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난 8일 한나라당과 임시국회 개의에 합의했다가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로 물러선 뒤 6일 만에 다시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14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장외투쟁론을 접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등원을 위한 7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이것이 (한나라당에 의해) 수용돼야 한다. 등원을 결정한 게 아니다”며 “그런 조건들이 관철 안 되면 등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 의원들의 속내는 ‘등원’에 있었다. 의총장에서는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자”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규탄 국면을 이어가자”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수 의원들에 의해 진압된 셈이다. 강하게 대두됐던 김진표 원내대표 사퇴설도 사라졌다.

통합진보당은 즉각 반발했다. 강기갑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인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결의했는데 지금 등원을 논의하는 건 당 최고의결기구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애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등원 여부에 관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을 언급하며 “의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의원은 “상임위별로 게릴라 전법을 쓰자”고 절충안을 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만나 1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문제를 협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5일로 예정된 첫 본회의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너무 많은 것을 등원조건으로 내거는데 이는 사실상 등원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며 “이런 식이면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거나 (예산안 처리시점이) 내년 1월 초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