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쇄신파 탈당, 2002년 박근혜때와 닮은꼴
입력 2011-12-14 18:14
최근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두고 2002년을 떠올리는 정치권 인사들이 많다. 쇄신파 의원의 연쇄 탈당 사태가 박근혜 전 대표(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의 탈당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16대 대선을 앞두고 그해 2월 탈당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보 예비경선제 도입과 당권·대권 분리를 거부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격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선 전 총재직 폐지와 상향식 공천제 도입, 투명한 당 재정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나 결과는 1인 지배체제 틀 안에서 국민참여 경선의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1인 지배 정당을 종식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저버렸다”며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거부하고 집권만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작태에 참담한 심경으로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김성식 의원은 14일 탈당계를 제출하며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고 젊은 디지털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감의 정치가 새롭게 꽃피는 데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태근 의원은 전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데 여기에는 박 전 대표도 포함된다”며 “박 전 대표는 국민 상식에 맞는 정치를 하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에 남은 쇄신파는 박 전 대표의 불통정치가 탈당 사태의 요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전 대표의 ‘제왕적 리더십’에 반발하며 당을 떠났던 박 전 대표가 9년이 지나서는 쇄신파들로부터 ‘오더를 내리는 상왕(上王)’으로 지목되고 있는 셈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