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으로 본 기독교 100년] 한글 세로쓰기 근대 가정학 교과서
입력 2011-12-14 09:50
‘가정교육’은 남궁억(1863∼1939)이 펴낸 근대적인 가정학 교과서로서 한글 세로쓰기 체제인데 일부 글자에 한문을 병기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목적이 “가정의 주뇌(主腦)가 되는 주부로 하여금 책임이 실로 중요함을 자각하고, 종전의 폐습을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에 둔다고 밝히며 특히 육아법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한다. 내용은 ‘시부모 섬기는 법’에서 노인의 의복, 음식, 거처, 운동, 질병 등을 살피고 ‘아이 기르는 법’에서 태교, 임신부의 위생, 젖먹임, 아이의 음식과 질병, 아이의 가정교육 등을 검토한다. 그 외에 ‘가법(家法)을 세움’, 음식물 분간하는 법 등을 설명한다. 이 책은 외국 서적을 참작하여 근대적 육아법과 영양학 등을 다룬 것으로 가정학 분야에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이 책은 가정에서 기독교의 가르침을 실천할 방법을 제시한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시부모가 잡술을 믿고 우상을 좋아하여 어리석게 재산을 허비할지라도 거스르는 말로 경솔하게 간하다가 노여움이나 꾸지람을 당하지 말 것이요, 평일에 먼저 시부모의 뜻을 극진히 따르고 그 기쁜 마음을 얻은 후에 천천히 좋은 기회를 타서 하나님을 믿고 복 받을 일을 온화한 말로 재삼 설명하여 부모의 마음을 기어이 돌리도록 할 것이다.”(‘시부모 섬기는 법’)
“어린 뇌에 가장 귀중한 교훈은 덕성을 기르며 양심을 배양함이니 어머니 된 자가 먼저 경건한 마음으로 하나님 섬기는 모범을 아이에게 보이고, 아이가 동무를 위하여 조그마한 선행이라도 하거든 이런 일은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바라 하여 힘써 권장하라.”(‘아이 기르는 법’)
“나의 선과 의가 어찌 하여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온 집안에 용서하는 덕으로 모범이 될까 생각하여 한 가지씩 깨닫게 행하며, 또 쉬지 않고 기도하는 가운데 능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가법을 세움’)
남녀차별이 엄존한 구한말에 저자는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배화학당의 교사로서 직접 여성들을 가르치며 교육 평등 정신을 구현했다. ‘가정교육’ 역시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저자 남궁억은 1884년 영어학교를 졸업하고 고종의 영어통역관, 경상도 칠곡부사, 내무부 토목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1896년엔 서재필, 이상재 등과 함께 국민운동을 전개하여 ‘독립신문’ 영문판 편집장, 독립협회 수석총무 등을 맡았다. 또한 1898년 ‘황성신문’ 창간에 관여하여 초대 사장 겸 주필로 활약했다.
1910년 한일합병 이후 배화학당 교사, 상동청년야학원 원장을 지냈고, 1918년 홍천의 모곡리로 낙향한 뒤 예배당을 짓고 모곡학교를 세워 애국교육에 힘썼다. 동시에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무궁화심기운동을 벌여 무궁화 묘목을 전국의 예배당과 학교로 보냈고 무궁화 예찬시를 지어 퍼뜨렸다. 1933년 독립운동 단체인 기독교 비밀결사 ‘십자가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옥고를 치르다 병보석으로 석방되었고, 병고에 시달리다 1939년 별세했다.
남궁억은 일제 치하에서도 한글과 우리 역사를 알리고자 ‘신편언문체법’과 ‘조선어보충’ ‘동사략’(東史略)과 ‘조선이야기’(전5권) 등을 저술하였다. 또한 백여 편의 시와 노랫말을 지어 독립정신을 고취했다. 특히 나라 사랑의 정신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은 현행 찬송가에 수록되어 지금도 널리 불리고 있다.
부길만 교수(동원대 광고편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