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약사의 미아리서신] 한 해를 보내며
입력 2011-12-14 18:05
두툼한 외투와 머플러가 겨울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유리창 너머 깊이 들어오는 햇살맞이는 잘하고 계신지요?
겨울의 햇살은 우리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겨울이 만드는 가장 치명적인 건강의 적인 우울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쓰임새가 많은 겨울 햇살은 참으로 귀한 하나님 아버지의 선물이랍니다.
지난 봄 저랑 인연을 맺었던 재형이와 경호와 준영이도 하나님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귀한 선물이랍니다. 아이들은 일 년 동안 잘 자랐습니다. 키도 조금씩 컸고 마음도 조금씩 자랐습니다. 지난 토요일 점심은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니 재형이가 수줍게 웃으면서 “돼지갈비…”. 지글거리는 숯불에 돼지갈비를 굽고 아이들이 먹기 좋게 자르고 아이들 입이 오물오물거리고 추위에 굳었던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피었고 참으로 행복하였습니다.
지난 봄 만난 아이들
재형이와 경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좋은 취직자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세상을 잘 모르고 삶의 팍팍함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라서 어찌 넘을까, 어찌 견딜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아이들이 자라면서 넘어야만 하는 고개일 것입니다. 준영이는 대학진학을 원하였으나 잘 안되어 일 년 더 공부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용돈과 생활비를 후원하는 일은 이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향하는 하나님 아버지의 크신 사랑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동안 아이들에게 보내주신 기도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탄절은 맞이하여 저희 교회 마당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축하하는 꼬마전등들도 나무에 달려 깜빡이면서 이곳 하월곡동의 어둠을 밝히고 있습니다.
올 한 해는 어떻게들 보내셨는지요? 유난히 길었던 여름 장마만큼 지루하고 우울했던 올해가 이제 그 마지막을 향하여 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고와 입원이 제겐 가장 힘들고 무거운 일이었습니다. 아들아이가 무사히 군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복학하여 열심히 생활을 하는 기쁜 일도 있었지요.
준영이 엄마에게도 올 한 해는 참 힘들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고 일을 쉬는 동안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그저 손놓고 멍하니 있는 준영이 엄마를 바라보는 일이 제겐 참으로 가슴시린 일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힘듦으로 인하여 허리상태가 많이 나빠진 준영엄마는 어렵사리 직장을 다니면서 조심조심 살림도 하고 있답니다. 늘 열심히 사는 그녀가 항상 밝음을 지닐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를 보내면서 부끄러운 기억 중의 하나를 이제 이야기하려 합니다. 너무나 죄송스런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일이기에 자판을 치는 손길이 더디어짐을 느낍니다. 지난여름 부족한 제 글을 읽고 편지를 보내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전주교도소에 계신 분이었고, 여러 장의 편지지 속에 담겨 있는 그분의 진심을 읽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기억 하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쓴 글을 읽고 편지를 쓰고 싶었노라고 하면서 시작된 편지는 자신의 신산한 삶 가운데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그 길을 제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하였습니다. 제가 어찌 답장을 써야 하나…. 조금은 버거웠고 무거웠습니다. 많이 미욱한 제 신앙을 미쁘게 봐주신 그분이 참으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다른 누군가의 신앙을 열어주고 이끌어 나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어서 그리 할 수 없노라고 그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얼굴은 뵌 적도 없는 분이지만 많이 송구스러웠습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나서는 일이 제게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어찌 보면 하나님 아버지의 제자 된 자로서의 삶이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험하고 멀기만 합니다. 그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계시는 이도 하나님 아버지임을 고백하며…. 하나님 아버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