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비밀 밝혀줄 ‘힉스 입자’ 흔적 포착

입력 2011-12-14 09:45


‘신(神)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시사하는 흔적이 발견됐다. 이로써 137억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대 폭발인 ‘빅뱅’의 비밀을 밝혀줄 획기적인 발견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현대 물리학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힉스 입자를 추적 중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이탈리아 물리학자 파비올라 지아노티는 13일(현지시간) “저에너지 범주인 126 GeV(기가전자볼트) 영역에 힉스 입자의 흔적이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지아노티는 “힉스 입자와 같은 입자가 이 영역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며 더 많은 연구와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몇 개월은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그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힉스 입자가 발견된다면 우주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지를 밝혀줄 단서가 된다. 또 질량의 기원을 이해함으로써 물리학 전반에 큰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의 비밀을 알려면 빅뱅 직후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CERN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하 100m에 27㎞ 길이의 거대한 터널을 설치하고 빅뱅 직후 존재했을 힉스의 흔적을 찾아왔다.

과학자들은 50억 달러를 들여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키는 ‘강입자충돌기(LHC)’를 만들어 실험해 왔다. LHC 양쪽에서 양성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키면 힉스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해서다. CERN 측은 올해만 약 350조 차례 충돌실험 흔적을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약 10개에서 믿을 만한 힉스 입자의 징후가 나왔다고 밝혔다.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현대 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따르면 물질은 12개의 기본 입자로 구성된다. 힉스는 이들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이른바 ‘신의 입자’로 나중에 표준 모형에 추가됐다.

빅뱅 당시 입자 자체에는 질량이 없었는데 입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물질에는 질량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2개의 기본 입자는 모두 발견됐지만 아직 힉스 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CERN의 이론물리학 팀장을 역임한 존 엘리스 교수는 힉스 입자의 발견이 현대 물리학에서 갖는 중요성은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물리학에는 입자물리학의 모든 기본을 설명하는 이른바 표준 모델이 있다.

거대한 그림 맞추기 퍼즐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 모델에는 그러나 한복판에 빠진 조각이 있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이것을 찾아왔으며 마침내 LHC에서 이것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주장한 개념으로 빅뱅 직후 순간적으로 존재하다가 질량을 갖게 하는 특성을 다른 입자에 남기고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