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준구] 신용정보 민간에 맡기고 신용평가 개선한다는 금융위

입력 2011-12-13 18:36

우리나라에서 모든 금융기관과 각종 신용정보회사의 고객 신용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금융위원회도, 금융감독원도 아닌 은행연합회다. 각 업권 대표와 신용정보회사가 참여하는 신용정보협의회가 은행연합회 산하에 있기 때문이다.

협의회에 모이는 정보는 무궁무진하다. 각종 대출 및 연체 현황은 물론 신용카드와 예금 계좌의 발급·해지, 보증, 고객의 신용능력 정보까지 모인다. 이렇다 보니 최근 협의회의 존립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신용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은행의 이익단체인 은행연합회에 협의회를 둬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협의회를 금융위로 이관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공적기관이 아닌 은행연합회가 광범위한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업계가 관리하다 보니 연체기록 등 부정적 기록만 중시하고 신용정보가 없는 저소득층 관련 정책을 입안할 때 소외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지난 10월 협의회를 금융위 산하로 이관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그런데 정작 금융위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의회 활동영역은 사실상 공(公)과 사(私)의 중간 단계”라며 “기본적으로 자율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협의회 관계자는 “지금도 실질적으로 금융위나 금감원이 요구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증권·보험사나 제2금융권에서는 은행연합회에 민감한 정보를 내주는 것을 꺼려 한다”며 운영 자체의 어려움도 제기했다. 은행연합회 산하이다 보니 다른 정부기관에서 건강보험 납부 기록 등 긍정적 신용정보를 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신용평가 제도를 개선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올 초 대부업체 대출 조회기록을 신용정보에 반영하지 않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욕적으로 나서는 금융위가 신용정보 관리를 민간에 떠넘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돈’이요 ‘권력’인 신용정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금융회사에 떠밀려 이를 방치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강준구 경제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