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외국감독 모시려… 속내 드러낸 축구협

입력 2011-12-13 18:37

외국인 지도자가 새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거스 히딩크 영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가운데 세뇰 귀네슈(터키), 넬로 빙가다(포르투갈), 세르히오 파리아스(브라질) 등 한국 프로축구 감독을 지낸 지도자들 이름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는 13일 경기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의를 열고 새 감독 선임 기준안을 발표했다.

황보 위원장은 회의 뒤 언론브리핑에서 “첫 번째 기준은 대표팀 등 지도자 경험이 풍부해야 하며 두 번째는 국내외 감독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되 기본적으로는 외국인 감독 가운데 선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술위원들 얘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황보 위원장은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이 있으므로) 단기간에 대표팀 전력을 극대화하고 대표팀을 장악할 수 있는 감독, 한국 선수들이 잘 따르고 한국 선수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는 인사기준을 덧붙였다.

종합해보면 기술위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은 히딩크다. 그러나 월드컵 4강이라는 한국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히딩크가 한국 지휘봉을 다시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기술위를 포함한 협회 내부 분위기다. 히딩크는 최근 한국 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는 소식을 한국내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대안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은 귀네슈 현 터키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터키 대표팀을 맡았던 귀네슈는 한국 대표팀 주축 선수인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쿠웨이트 전에 복귀할 이청용(볼턴)을 FC서울 감독 시절(2007∼2009) 지도해본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포르투갈 대표팀·올림픽팀·20세 이하 청소년팀 감독을 거친 빙가다 감독은 지난해 서울을 부임 첫 해 곧바로 K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브라질 20세 이하 청소년팀 감독을 지낸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를 2007년 K리그 우승,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에 올려놨다. 현재 빙가다는 중국 다롄 스더, 파리아스는 광저우 R&F 감독을 맡고 있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인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는 러시아를 이끌고 내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에 나가야 한다.

기술위는 일단 감독 후보군들과 접촉한 뒤 이달 안에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영입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새 감독 발표 시기가 내년 1월로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주=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