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냄새 풍기는데 무조건 오리발… 수치나오자 “딱 한잔”
입력 2011-12-13 18:14
지난 9일부터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이 강화된 가운데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서는 음주 측정을 놓고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는 운전자가 많았다. 음주측정기에 표시된 혈중 알코올농도를 부정하며 채혈하러 가는 운전자도 적지 않았다.
12일 오후 11시45분 서울 선릉로 삼거리에서 단속에 걸린 그랜저 운전자 차모(37)씨는 정밀측정을 앞두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불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실랑이 끝에 측정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57%. 100일 면허정지에 해당한다. 차씨는 “맥주 500㏄ 2잔밖에 안 마셨고 마지막 잔을 내려놓은 지 40분이나 됐다”며 억울해했다.
13일 오전 0시10분 같은 장소에서 적발된 투싼 운전자 이모(32)씨는 40분 동안 측정을 거부했다. 경찰관을 밀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혈중 알코올농도가 0.066%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오전 0시45분쯤 서울 양화대교 북단에서 흰색 혼다를 몰던 최모(25)씨는 술 냄새를 풍기면서도 “정말 안 마셨다”며 측정을 거부했다. 정밀측정 때도 제대로 불지 않아 8번이나 다시 불었다. 측정결과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16%가 나오자 “술 마신 지 5시간이나 됐고 얼마 마시지도 않았다”며 채혈을 요구해 경찰관과 병원으로 향했다.
단속하러 나온 마포경찰서 최경록 경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0.1%는 소주 1병을 마시면 5시간이 지나도 나올 수 있다”며 “술을 마셨다면 최소 12시간은 지난 후에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자는 음주측정을 10분 간격으로 3번까지 받을 수 있고 계속 측정을 거부하면 면허취소에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측정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가까운 지정병원에서 실시한 채혈 결과로 처분을 받는다. 예전엔 단속에 걸리면 현행범으로 체포돼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지만 지난 3월부터는 신원확인 등을 거쳐 일단 귀가한 뒤 나중에 출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 도로교통법은 혈중 알코올농도나 위반횟수와 상관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상한선만 뒀다. 그러나 지난 9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선 처벌기준이 세분화되고 처벌강도도 세졌다. 혈중 알코올농도 0.05∼0.1% 미만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0.1∼0.2% 미만은 6개월∼1년 징역이나 300만∼500만원 벌금, 0.2% 이상이거나 측정거부 및 3회 이상 위반 시 징역 1∼3년 또는 500만∼1000만원 벌금형을 받는다.
마포서 김광호 경위는 “라이트를 켜지 않거나 단속 모습을 보고 주춤하며 다른 길로 빠지려고 하는 차량은 무조건 단속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에 음주 교통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1월 30일까지 주요 지점에서 매일 오후 10시부터 4시간동안 음주단속을 실시한다.
김미나 진삼열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