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까지 6~7명 탈당說… 한나라 ‘핵분열’ 조짐
입력 2011-12-14 00:43
한나라당 쇄신파 정태근 의원의 탈당 선언은 연쇄탈당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성식 의원도 조건부 탈당 의사를 밝혀 본격적으로 여권이 분열되면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정 의원은 1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논하는 수준도 얼굴은 바꾸고 이전의 풍토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제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5일부터 탈당 여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김 의원과 함께 쇄신파 의원들을 만나 이 같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파는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하지 않으면 이반된 민심을 잡을 수 없고 총선과 대선에서 희망도 없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재창당’ 문구를 넣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창당에 부정적인 친박근혜계가 이날 의총에서 집단으로 단상에 올라 자신들을 비판하자 희망을 버린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불통’이 쇄신파 탈당 사태의 본질이라는 해석도 있다. 쇄신파는 최근 박 전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문건으로 작성해 전달하려 했지만 박 전 대표의 응답이 없자 극도로 실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 “오늘 박 전 대표께서 오시지 않았다. 제가 몇 차례 접촉을 하면서 참 소통이 안 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의원도 “쇄신파가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문건까지 만들어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려 해도 전달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호실장이 올라가는 문건을 먼저 열람하고 거르면 되겠느냐”면서 “차단벽이 있다면 그걸 바꾸는 것부터가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추가 탈당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쇄신국면에서 이들과 행동을 같이해 온 권영진 의원도 탈당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또 다른 서울지역 K의원도 탈당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쇄신파를 중심으로 일부 의원이 이미 탈당서를 써 놓았고 이번 주말까지 친이명박계 출신 의원을 포함해 6∼7명이 당적을 버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한나라당은 탈당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 의원의 탈당 선언 후 의총은 중단됐으며 황우여 원내대표는 정두언 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들을 불러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황 원내대표는 이들의 의견을 들은 뒤 이를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일단 논의를 마쳤다.
◇정태근 의원은=2005년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 때는 후보 수행단장으로 활동해 이 대통령 직계로 거론됐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18대 총선 불출마를 촉구하고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 작성도 주도하는 등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쇄신파로 전향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