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해경 피살’과 MB 외교정책
입력 2011-12-14 00:34
이명박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다 해경 대원이 피살돼 외교적 문제로 비화된 상황을 “현 정부 외교에서 기인한 예정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 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사이’로 발전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원해진 한·중 관계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의 외교 원칙은 한·미, 한·중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거였지만 중국엔 친미 일변도로 비쳐져 왔다. 한국을 미국 편으로 생각하는 중국과 내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불안정한 한·중 관계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서 북한 편을 든 중국의 태도로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급속도로 힘이 커졌고 그 힘을 휘두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일본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이 나포되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해 버렸다. 일본은 결국 자국 법을 집행하지 못하고 중국 어부들을 돌려보냈다. 일본이 희토류가 필요했듯 우리도 탈북자와 북핵 문제, 무역 등 중국의 협조를 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 얻어야 할 게 많은 처지라도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면 계속되는 불법조업에 원칙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정부가 ‘조용한 외교’로 임기응변식 대응만 하다 이번 사태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미 관계만큼 한·중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냈어야 하는데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것 같다. 이참에 대중국 외교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긍찬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은 “한·중·일 3국 모두 여론의 민족주의 경향이 심해지는 터라 중국 정부도 이번 사태에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한국 정부로선 살인 혐의자를 우리 법정에 세워 우리 법대로 처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해경의 장비와 인원을 보강해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외교적인 것은 외교적으로, 국내적인 것은 국내에서, 해경 자체 문제는 해경에서 실질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대응 등) 향후 추이가 대통령의 1월 방중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문제”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중국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도 더 강한 대응을 하게 돼 서해 파고가 점점 거세질 것”이라며 “해결의 열쇠는 중국의 대책에 있음을 중국 정부에 계속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태원준 백민정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