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평가 개편] 대입 내신 반영 달라지면… 대학별 고사 강화 불보듯

입력 2011-12-13 21:59

절대평가제 도입의 성공 여부는 실제 대학 입시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활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절대평가제 도입으로 내신 변별력이 줄어드는 대신 창의력과 인성을 평가하는 대입전형을 정착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대입 관계자들은 13일 “입시전형에 새로운 평가 장치가 추가돼 사교육 열풍만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주요 대학은 수능 100% 전형과 일부 특별전형을 제외한 대부분 전형에서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만 현재도 변별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이 학생의 학생부 성적 범위에 해당되는 1등급에서 3∼4등급까지의 점수를 비슷하게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고교들이 앞 다투어 내신 시험을 쉽게 내 A를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 1∼9단계로 평가되는 현행 등급제가 A∼F 6단계로 축소되면 등급 간 점수차는 더욱 줄어든다. 교과부는 “평균점수나 표준편차가 병기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 대학이 전국 고교별 평균점수와 표준편차를 일일이 분석하기보다는 내신과 수능외 다른 평가요소에 치중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강화, 대학별고사 난이도 상향조정부터 정시모집에서도 논술을 실시하는 등 전형 과정에서 다른 장치를 만들 것”이라면서 “입학사정관제에서도 ‘스펙’을 요구하는 서류평가가 강화돼 결과적으로는 교과부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성취평가제 도입이 입학사정관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한다.

대입 관계자들은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양대 오차환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10여명을 뽑더라도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부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당장은 논술이나 면접의 변별력을 강화시키는 수밖에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대학별고사에 논술과 면접 외 다른 요소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