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리는 ‘MB 탈당’… 친이계 요구에 친박도 가세

입력 2011-12-13 22:21


한나라당에서 이명박(얼굴) 대통령과의 ‘결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친이명박계 출신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한 뒤 일부 친박근혜계도 동조하는 모양새다. 역대 정권 임기말집권당이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던 전례가 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한나라당이 어려운 이유 중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이 상당하다”며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이명박당’이었지만 박 전 대표가 당을 맡으면 ‘박근혜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저희들은 당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이 대통령께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도와주시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 이 대통령 스스로 지혜로운 결단을 하시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의 탈당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탄돌이(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업고 쉽게 당선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탈당하라고 했을 때 얼마나 민망했느냐”며 “전날 의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 정권의 탄돌이격인 친이계보다는 친박계가 이 대통령 탈당을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창당 추진모임 소속인 친이계 안형환 의원도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입당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당적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탈당론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이 대통령이 현재 당에서 역할이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회창 후보 시절 문민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YS 화형식’까지 했지만 차별화는커녕 여권 분열을 가져와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놓쳤다”며 “이명박 정부와 단절하겠다는 당의 시도는 부질없는 짓이며 전통적인 꼼수”라고 반발했다.

한편 친박계 의원들이 모인 연구단체 ‘여의포럼’ 내에서 단체의 공식해체를 촉구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계파해체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당 전면에 나서는 박 전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홍사덕 의원은 “지난해 8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 후 (모임은) 이미 해체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박 전 대표도 ‘친박은 없다’는 말을 수차례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나 모임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일각에서 그런 설이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