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싸우니까 부부다… 단, 기술적으로 싸워라

입력 2011-12-13 17:38


결혼, 천 일 안에 다 싸워라/두상달 김영숙 지음/코리아닷컴

여기 ‘환상의 커플’과 ‘환장의 커플’이 있다. 모두가 환상의 커플을 꿈꾼다. 결혼식장에 선 신랑과 신부 가운데 환상의 커플을 소망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환상의 커플이 아니라 환장의 커플이 되기 십상이다. 달콤한 허니문의 기간은 잠깐, 지루한 투쟁의 시기가 시작된다. ‘환상의 커플’과 ‘환장의 커플’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책의 저자 두상달 장로와 김영숙 가정문화원 원장은 결혼을 ‘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는 아름다운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대한민국 부부강사 1호’로 42년간의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들은 먼저 전제한다. “부부는 싸운다. 싸우니까 부부다”라고. 환상의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싸움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싸워야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싸우는 것이다. 그래야 부부 사이의 궁극적 평화가 온다. 두 사람은 제안한다. “결혼 후 천 일간만 실컷 싸워라.” 저자에 따르면 제대로 싸우면 환상의 커플이 된다. 그러나 ‘올바른 싸움’을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환장의 커플이 된다.

싸우되 어떻게 싸우는 것이 평생 행복을 위한 건강한 싸움이 될까? 이 책은 그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결혼을 전쟁터라 전제하고 정보전과 탐색전, 심리전, 화학전, 육탄전을 거쳐 휴전하고 평화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 목차가 흥미롭다.

‘정보전’에서는 결혼을 생각하는 모든 싱글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결혼에도 선행학습이 필요한가’에서부터 ‘엄마의 아들과 결혼하는 방법’ ‘혼수상태를 부르는 호화 혼수’ 등 결혼 전에 있음직한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대처법이 제시됐다.

‘탐색전’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탐구해야 한다. 탐구 작업은 결혼예식이 끝나자마자 시작된다. 저자는 말한다. “결혼은 뺄셈입니다. 남편과 아내 모두 자존심부터 빼내야 합니다.” 남자는 자존심에 목숨을 걸고 여자는 기념일에 사랑을 건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를 존중한다면 탐색전의 시기는 단축될 것이다.

‘심리전’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심리를 다뤘다. 자녀계획과 분노, 거짓말 등의 문제에서부터 신혼기의 ‘섹스리스’와 ‘섹스 트러블’ 등 구체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화학전’에 대한 연구는 결혼이 낳은 관계들로 인해 생기는 작용과 반작용을 다루는데 필수적이다. 신 고부갈등, 장모와 사위 간 갈등, 비교라는 함정, 빚더미에 ‘빛을 잃은’ 신혼 등이 구체적인 실례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모두가 이 땅의 신혼들에게 닥치는 문제들이라서 실감이 난다.

결혼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최악의 전쟁은 ‘육탄전’이다. 외도와 중독, 의심, 무능력, 무책임 등으로 인해 폭력이 사용되면 끝장난다. 그래서 육탄전은 막아야 한다.

이런 각 단계의 전쟁을 겪고 나면 부부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용서요, 넉넉함이다. 그러나 두 저자는 반드시 싸움을 참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참는 아내보다 대드는 아내가 오래 산다”면서 불만을 가슴에 담기만 하지 말고 적절하게 발산하라고 권한다. 두 사람끼리만 전쟁을 치르지 말고 적합한 멘토를 찾아서 상담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신혼부부들에게 유익하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책을 들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쟁에서는 일단 이겨야 하기에. 치열한 전쟁을 치르더라도 저자의 이 고백을 음미해보자. “부부는 해묵은 골동품입니다. 긴긴 세월이 지날수록 값어치가 나가는 예술이지요.”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