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 교회이야기] ‘진광불휘’(眞光不煇)의 목회

입력 2011-12-13 17:38


경북 군위의 ‘작은교회’를 담임하는 곽은득 목사 사택에서 ‘진광불휘’(眞光不煇)라는 글자가 적힌 목판 액자를 보았다. ‘참된 빛은 요란하게 번쩍이지 않는다.’ 교회 이름을 ‘작은교회’로 정한 그의 목회철학을 한 눈에 알아보게 하는 사자성어다.

진광불휘와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로는 화광동진(和光同塵), 진수무향(眞水無香) 등이 있다. 화광동진은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 같은 세상과 함께한다는 뜻. 진수무향은 참된 물에는 향기가 없다는 의미다. 진공묘유(眞空妙有), 즉 ‘참된 텅 빔에는 일체 만상이 존재한다’도 비슷한 말이다.

지금 시대는 진광불휘, 진수무향의 사람들이 진가를 인정받는 때다. 세상 사람들은 드러내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빛을 밝히는, 참된 통로가 되는 교회와 목회자들을 추구한다. 교회가 자주 비판 받는 것 가운데 하나는 너무나 요란하게 번쩍이기 때문이다. 고요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선한 일들을 하는 교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는 인색하다. 그래서 교회는 억울하다. 그 억울함은 스스로 번쩍이면서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최근 국민일보에서 은퇴한 국장 출신 선배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선배가 한전의 고위 관계자와 이야기한 내용을 들려줬다. 그 한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올 겨울 대규모 정전사태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교회들이 상징적으로 저녁에 십자가 조형물의 불을 끄면 좋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편집의 전문가인 그 선배는 “지금 교회가 전개하기에 적절한 캠페인이 될 것 같다”면서 “이 말 참 좋지 않아? ‘불을 꺼서 불을 밝힌다’ 말이야”라고 했다. 편집의 달인다운 제목이었다. ‘불을 꺼서 빛을 밝힌다.’ 진광불휘의 정신이 아닌가.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이사야서 60장 1절의 말씀이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라고 말할 때 그 빛은 나(우리)를 통해서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빛이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Arise, Shine)라고 했지, ‘빛을 반사하라’(Arise, Reflect)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신자로서 나의 진가는 오직 참 빛이신 그분과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나타난다. 결코 내 빛을 자랑할 수 없다. 그분의 빛이 나를 매개로 해서 세상에 퍼지는 것이다. 그리해서 능력의 근원인 여호와의 영광이 우리 위에 임했을 때, 그분이 행했던 사랑과 기적의 삶이 가능하게 된다. 그때, 사람들이 참 빛 되신 그리스도께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난다. 그것이 부흥이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불을 꺼서 빛을 밝혀야’ 하는 시대다. 진광불휘, 진수무향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빛을 드러내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빛의 통로로서 겸손히 믿음의 삶을 ‘살아내는’ 크리스천들과 교회가 필요하다.

이태형 종교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