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유럽 위기 안갯속 중국을 보면 희망의 싹 보인다

입력 2011-12-13 17:42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이달 유럽 정상회의를 거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물론 합의된 재정규율 문제가 여전히 각국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등 적극적 조치가 포함되지 않아 아쉬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조타수 없는 난파선’의 불안이 지속될 확률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중국 관련 소식들도 힘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말 중국은 지급준비율을 기존 21.5%에서 21%로 0.5% 포인트 인하했다. 대출금리 조정과 함께 지준율 조정이 중국 긴축정책의 주요 수단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기조의 변화 신호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경기 급랭에 대한 우려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시사적이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와 산업생산 지표 등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주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5.5%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에 4.2%로 1%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예상치였던 4.5%보다 낮았다. 생산자 물가도 5.0%에서 2.7%로 하락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13.2%에서 12.4%로 둔화됐다.

물론 경기 지표의 하락은 과열 안정을 넘어 급격한 경기위축,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소매매출 증가율이 상승하고, 수출 증가율도 예상치를 넘긴 점을 감안하면 경착륙 우려보다는 긴축기조 완화라는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중국 정책기조의 변화는 지준율 등 정책금리의 변화 뿐 아니라 위안화 환율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던 당시 위안화 환율은 절상 추이를 멈추고 2년여간 일정 수준(달러당 6.83위안)을 유지해 왔다. 최근 달러당 6.34위안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6.36위안 이상으로 반등한 것은 더 이상 위안화 절상 추세가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준율 추가 인하 등 정책이 뒤따른다면 위안화 환율은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겠지만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 위안화의 절상이 멈춰지면 우리 원화의 절상 압력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의 초점은 유럽 재정위기 문제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유럽 뿐 아니라 중국의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글로벌 유동성 증가의 형태로 나타나 중국효과와 결합하면, 보다 탄력적인 시장의 반응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과 관련한 긍정적인 변화를 꾸준히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