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 승리의 영광을” 무릎기도… 美스포츠계 ‘티보잉’ 열풍

입력 2011-12-12 19:15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비버 크릭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슈퍼G 스키대회. 이날 알파인 부문 챔피언은 미국의 ‘스키 여왕’ 린지 본(27)이었다.

본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실력과 그에 못지않은 미모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다. 본은 이날 시상식에 오르기 전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기도를 올리는 자세를 취했다. 이른바 ‘티보잉’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미국이 티보잉 열풍으로 뜨겁다. 티보잉은 미식축구 리그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팀 티보(24)의 독특한 기도 자세를 말한다. 티보는 지난 10월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일궈낸 뒤 동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그라운드 한구석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려 주목을 받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을 이마에 댄 채 경건히 기도하는 모습은 미국 전역에 중계돼 화제를 모았다. 결국 티보잉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티보잉은 주위가 어수선하더라도 ‘나 홀로 기도’에 몰두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스포츠 선수의 노골적인 신앙 드러내기에 차가운 시선도 있었다. 경기 중 상대팀 선수가 티보와 몸싸움을 벌인 뒤 티보잉 자세를 흉내 내는 등 티보잉이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과 같은 스타까지 동참을 선언하자 미국 언론들도 티보잉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린지 본이 승리를 만끽한 뒤 팀 티보의 기도 동작을 따라했다”며 축구선수 오마르 커밍스와 야구선수 알버트 푸홀스의 티보잉 사례를 들어가며 미국 내 티보잉 열풍을 진단했다.

최근 개설된 티보잉닷컴(tebowing.com)이라는 웹사이트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은 이 사이트에 자신의 기도 장면을 올리며 티보잉을 공유하고 있다. 백발의 항공기 기장부터 잘 차려입은 백인 여성, 인도의 청년 등은 비행기 앞, 박물관 안, 인도의 타지마할 앞 등 장소를 불문하고 티보잉을 따라했다. 새로운 사진은 1시간에 2∼3건 꼴로 올라오고 있다.

필리핀 선교사 부부의 자녀인 티보는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대학 시절, 햇빛을 피하기 위해 눈 아래를 까맣게 칠하는 부분에 성경구절을 적어 눈길을 모은 적도 있다. 2009년 챔피언십 리그 직후 그가 눈 밑에 적었던 요한복음 3장 16절은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90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