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야구 명승부·허구 버무린 ‘수작’… 영화 ‘퍼펙트 게임’ 리뷰

입력 2011-12-12 18:59


“이런 경기 본 적 있어요?”

12일 오후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스포츠지 야구 담당 여기자 김서형(최정원 분)이 경기가 끝난 뒤 내뱉은 말이다. 이 말 속에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박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퍼펙트 게임’은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과 선동열 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세 번째 맞대결을 그린 영화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당시 영호남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의 마운드를 책임지는 에이스로 등판해 연장 15회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두 영웅의 이야기다.

이전 맞대결에서 한 번씩 승패를 주고받은 후 다시 맞붙은 운명적인 세 번째 대결. 한국 야구사 최고 명승부로 회자되는 그 경기는 연장 15회, 4시간56분까지 가는 접전 속에 2대 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영화는 그러나 경기 결과나 최동원 선동열 둘 중 누가 더 강한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이 영화는 승리만이 요구되는 비정한 프로야구 세계에서 최고 투수를 향한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과 야구에 대한 사랑·열정을 담아내고 있다. 둘은 국가대표팀에서는 존경하고 아끼는 선후배로 만나 한국 우승을 함께 이끌었지만 프로 세계에 들어와서는 상대팀 에이스로 만나 승부를 펼쳐야 했다.

영화는 실화와 허구를 적절히 버무려 한 편의 감동어린 인간승리 드라마를 펼쳐낸다. 마지막 맞대결이 40분가량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영화는 최동원 선동열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배우 조승우는 야구에 모든 것을 건 철저한 승부사이면서도 야구로 맺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최동원의 면모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양동근도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맞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승리를 향해 모든 걸 던지는 선동열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TV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의 곁을 지키는 금위대장 무휼로 인기가 치솟은 조진웅이 롯데 자이언츠의 홈런타자 김용철로, 마동석이 마지막 맞대결에서 극적인 활약을 펼치는 해태 타이거즈의 만년 후보 포수 박만수로 나와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혈투가 끝나고 마운드에 마주 선 최동원과 선동열. 팬들이 혼신을 다한 상대편 투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양팀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어우러져 손을 맞잡는 마지막 장면 위로 들국화의 명곡 ‘그것만이 내 세상’이 흐른다. 야구의 전설이 된 두 선수에게는 ‘야구’ 그것만이 모든 것이었다는 듯이. 22일 개봉.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