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교사인데 국사 가르치라고…” 집중이수제가 기가막혀!

입력 2011-12-12 21:20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말 일선 학교에 집중이수제로 인한 교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복수전공 연수 희망자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보냈다. 시교육청은 복수전공 연수 희망교사가 적을 경우 과원교사(수업이 개설되지 않은 과목 교사)를 강제로 다른 과목 연수에 지명할 수 있다는 내용도 넣었다. 도덕윤리, 한문 등의 교사를 역사, 공통과학 등을 가르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12일 “몇 년간 해당과목을 가르친 교사의 전문성까지 빼앗는 것”이라며 “교육청의 조치가 법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집중이수제를 도입해 특정 과목을 일부 학기에 몰아서 가르치면서 교원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한 학기 개설과목 수를 최대 8개로 제한하면서 수업이 아예 없는 과목의 교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선교육청은 과원교사에게 복수전공을 신청(또는 이수)하거나 다른 교과로 바꾸도록 권고하고 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과원교사 복수전공 연수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올해 742명 등 2013학년도까지 1727명이 예정돼 있다. 1865명의 교사는 2013년까지 교과목을 전환한다. 또 과원교사를 순회교사로 활용하거나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전환하는 대책도 내놓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120명이 넘는 과원교사를 놀릴 수는 없다”며 “복수전공이나 과목전환도 유사한 과목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의 전문성이 사라진다는 점이 문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 신성호 정책국장은 “집중이수제 도입 이후 영어, 수학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교과 교사가 복수전공, 전과 등으로 구조조정되고 있다”며 “수년간 가르친 과목 대신 단기연수만 받고 다른 과목으로 전환하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집중이수제 이후 수업시간의 20%까지 학교가 자율 증감을 할 수 있어 국·영·수 편중 현상이 더 심해졌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집중이수제 폐지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교육과정이 개편되면 교원 정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프랑스어 교사가 체육을 가르치는 등 복수전공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