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개인연금시장 팍팍 크는데… 수익률 ‘속빈강정’
입력 2011-12-12 18:39
퇴직·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시장 규모가 올해 25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외 경제 불안에 따른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증시 변동성 증가 등으로 연금 상품 대부분의 수익률이 극히 부진하고 일부는 원금을 까먹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연금 보험·펀드·저축) 등 사적연금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말 187조원에서 올해 말 250조원으로 3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으로 이른바 ‘3중 연금(국민·퇴직·개인연금)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이 급팽창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 대부분이 올 들어 원금을 까먹거나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지난 3분기 확정급여형(DB·사용자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상품) 기준으로 1.09∼1.15% 수준이다.
퇴직연금 가운데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퇴직연금 상품이 은행의 정기예금보다도 못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비원리금보장상품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한은행의 수익률이 -7.81%에 그친 것을 비롯해 우리은행 -7.08%, 국민은행 -4.79%, 하나은행 -4.24% 등으로 원금을 까먹었다. 확정기여형(DC·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상품)과 개인퇴직계좌형(IRA·개인퇴직금 전용 통장)도 비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은 -3% 안팎을 기록했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수익률 역시 DB형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은 1.24%, 비원리금보장상품의 경우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의 연금저축상품인 신(新)개인연금신탁의 수익률도 저조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연금신탁 평균 배당률은 지난 9월 말 기준 연 2%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증가한 퇴직연금펀드와 월지급식펀드 수익률 역시 기대 이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4%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채권형 하나뿐이다. 나머지 유형의 펀드들은 2%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월지급식펀드도 절반가량이 연초 이후 수익률 마이너스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올해 퇴직연금과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에서 연 1∼2%에 이르는 각종 수수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장기투자라는 연금 취지에 맞게 다른 금융상품보다 수수료를 낮게 적용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