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정복 100주년’ 들썩

입력 2011-12-12 21:42

남극 탐험사를 얘기하면서 두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남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 ‘승리자’ 로알 아문센(노르웨이)과 한발 늦게 도달한 뒤 기지로 귀환 중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던 로버트 스콧 대령(영국).

14일은 아문센이 남극점에 도달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따라 남극이 그 어느 해보다 탐사대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아문센의 고국인 노르웨이의 젠스 스톨텐베르크 총리는 이날 항공편과 스키를 이용, 남극에 도착했다. 그는 14일 10여개의 노르웨이 탐사팀과 함께 아문센의 남극점 정복 10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일부 탐사대는 아문센의 경로를 되밟을 예정이다. 영국인들로 구성된 탐사대도 한 세기 전 벌어진 영국과 노르웨이 간 자존심을 건 남극점 정복 경쟁을 재현한다.

영국에서는 남극점 도달 경쟁에서 패하긴 했지만 영웅적 죽음을 맞았던 로버트 스콧 대령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과 추모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은 ‘스콧 대령의 마지막 탐험’이라는 이름으로 스콧 탐사대가 남긴 문서와 사진 자료 등을 내년 5월 5일까지 전시한다. 이 전시회에는 스콧 탐사대의 일원인 에드워드 윌슨이 남긴 편지 등 비공개 기록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BBC는 데이비드 아텐보로 경이 감독을 맡은 ‘얼어붙은 지구’ 시리즈에서 스콧 대령 등 극지 탐험가들의 발자취를 다시 조명했다.

버킹엄궁의 ‘퀸스 갤러리’에서도 스콧 대령과 새클턴 경 등 영국의 남극 탐험대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최근 ‘모두 승자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용감한) 시도자를 더욱 좋아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니스트 해리 마운트는 1세기 전 스콧 대령이 극적으로 보여준 불평 없는 죽음과 패배 앞에서의 담담함 등은 1세기 전 전성기의 영국제국 시민들 뿐 아니라 경제침체로 가라앉은 현재의 영국인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썼다.

배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