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페이스북, 정부비난 댓글로 도배 “나라 수치…거짓말쟁이”
입력 2011-12-12 18:27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서 ‘굴욕’을 당했다. 지난 주말의 대규모 총선 부정 시위를 비판하는 듯한 메시지를 올리자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폭주했다.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 등 지도부에 대한 환멸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날 부정선거 관련 조사를 지시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하자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그가 글을 올린 지 6시간 만에 댓글은 8000개나 넘었고 대부분 적대적인 내용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선거부정 행위와 관련한 보도와 소문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쓴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가 모스크바에서만 5만명이 모인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겨냥해 “나는 시위대의 ‘공정한 선거를 원한다’라는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거를 새로 치르자는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한 게 화근이었다.
그러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는 “나라의 수치” “당신의 시대는 끝났다” “거짓말쟁이”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번엔 트위터로 망신을 당했다. 그의 공식 러시아어 트위터 계정에 외설적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정부 측에선 부랴부랴 이를 삭제했지만 블로거들이 이를 열성적으로 퍼날랐다.
WP는 “러시아인들이 KGB가 곧바로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대통령의 페이스북에서 이처럼 불만과 염증을 털어 놓은 건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