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외교정책 새판짜기 조짐… 아랍혁명 여파, 이집트·예멘 등 동맹국 관계 약화
입력 2011-12-12 21:19
아랍혁명으로 미국의 중동 외교 지도가 바뀌고 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예멘 등 전통 동맹국과의 관계가 약화되고 대신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의 협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GCC 중심으로 중동 외교 재편=그동안 중동에서 미국 외교의 중심축은 이집트였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뒤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은 오히려 무슬림 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의 득세를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예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비록 독재자였지만 미국 입장에선 테러와의 전쟁을 함께 치르는 동반자였다. 그가 퇴진한 뒤 어떤 성격의 정권이 들어설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친구’를 다 잃은 것은 아니라고 AP는 지적했다. 산유국 모임인 GCC와 공유하는 이해관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GCC는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 혼란을 틈타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 더 이상 빅브러더 아니다”=가장 큰 공통 이해관계는 이란과의 관계다. GCC 국가는 수니파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시아파 세력이 중심인 이란 정권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GCC는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 GCC가 최근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비난하며 압박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시리아가 이란의 동맹이기 때문이다.
GCC는 올 들어 미국의 중동 정책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한 적이 많았다. GCC 회원국인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리비아 공습에 자국 전투기를 참여시켰다. 미국 입장에서 GCC의 전략적 중요성은 올 연말 미군의 이라크 철수 뒤 더 뚜렷이 나타날 전망이다. 중동의 미군 부대는 대부분 GCC 나라에 배치돼 있다. 바레인에는 해군 5함대가 있다.
그렇지만 GCC가 대부분 왕정 등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딜레마라고 미 외교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의 중동 개입이 예전만큼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카타르 브루킹스 연구소의 살만 샤이크는 “미국은 이곳에서 여전히 중요한 존재지만 더 이상 빅브러더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변화=한편 아랍혁명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도 변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 CBS방송이 보도했다. 하마스 대변인 파우지 바르훔은 “그동안 일부 실수가 있었다”며 “우리는 누구도 독재로 통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그동안 보수적 이슬람 교리를 적용해 시민 행동을 제약했다. 남성 이발사가 여성의 머리를 손질하는 것도 금기였다. 이런 행위를 단속하는 경찰 부대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느 정도 자유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현지 인권운동가의 전언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