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연봉 르네상스 한화의 통큰 ‘스타 모시기’… 김태균 15억원

입력 2011-12-12 18:26


김태균(29)이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사상 첫 연봉 15억원 시대를 연 주인공이 됐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돌아온 김태균은 12일 전 소속팀 한화와 1년간 연봉 15억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옵션 없이 순수 보장금액이 15억원으로 한국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전체 프로스포츠에서도 역대 최고액이다.

◇승엽이 형에게 밀리지 않겠다=이날 대전시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김태균은 “저에게 과분한 대우를 해주신 그룹 김승연 회장님과 정승진 단장님께 감사하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좋은 성적으로 팀을 이끌어 한화가 강팀이 되도록 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화는 내가 성장한 팀이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화 복귀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김승연 회장님이 팬들에게 ‘김태균을 꼭 잡아오겠다’고 말씀한 것을 듣고 의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본 지바 롯데 당시 허리 부상과 오른손목 통증을 호소하며 시즌 중 한국 복귀를 선언했던 김태균은 “국내에서 잘 쉬고 재활한 덕분에 몸 상태는 100% 좋아졌다”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최근 일본에서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과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승엽이 형이랑 경쟁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영광이다. 하지만 홈런왕 타이틀을 놓고 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봉에 걸맞는 성적을 묻는 질문에 김태균은 “수치상으로 목표를 잡기는 어렵다. 연봉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어떤 성적을 내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그동안 기록했던 성적보다는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 전체 연봉의 57%=애초 한화 구단이 김태균에게 ‘10억원+α’의 몸값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날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5일 삼성에 복귀한 ‘국민타자’ 이승엽의 연봉 8억원(옵션 3억원 별도)의 두 배에 가깝다. 또 올 시즌 한화 선수 총 연봉(26억8800만원)의 57%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야구계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옵션 없이 보장금액만 15억원은 전례가 없다. 프로농구에서는 원주 동부 김주성이 2008년 7억1000만원에 계약한 것이 역대 최고이고, 프로배구에서는 박철우가 지난해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옮기며 받은 3억원이 최고다. 선수 몸값을 공개하지 않는 프로축구에서는 이동국이 지난달 전북 현대와 2년 계약 연장에 합의하면서 받기로 한 연봉이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략 10억∼1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구단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현실을 고려할 때 김태균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일본 지바 롯데에 진출한 김태균이 올해 부상과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계약을 스스로 파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과정은 문제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김태균에게 연봉 15억원을 안겨준 것은 자칫 왜곡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하기만 하면 성적과 상관없이 후한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해외에 나가려고 하는 국내 선수들이 늘어날 우려가 제기된다.

대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