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과로·스트레스, 당신의 귀를 노린다… ‘돌발성난청’ 유의해야

입력 2011-12-12 18:13


최근 고장이 잦은 구형 휴대전화 단말기를 버리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한 윤모(42)씨. 스마트폰을 왼손에 들고 통화하면 잘 들리는데, 오른손에 들고 통화하면 수신 감도가 크게 떨어졌다. 불량인가 싶어 단말기 관계사 AS센터를 찾았지만 스마트폰엔 이상이 없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농담 삼아 “휴대전화는 똑똑한데, 귀가 문제”라고 놀렸다.

윤씨는 정말인가 싶어 주의 깊게 살펴보니 실제로 회의 때 오른쪽 사람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때서야 귀 전문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윤씨는 ‘돌발성난청’이란 귓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돌발성난청은 특별한 원인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고도의 난청과 귀울림, 어지럼증, 구역질을 일으키는 병이다.

각종 송년 모임과 회식이 많고 야근도 잦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귀울림 등 갑자기 귀의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말의 잇단 과로와 스트레스가 돌발성난청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이비인후과(대표원장 박홍준)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3년간 돌발성난청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2473명의 진료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30%가 12월부터 2월 사이에 발병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2일 밝혔다.

돌발성난청이 겨울철에 집중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각종 친목 및 사교 모임과 송년 회식이 많은 12월(13.5%)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이어 11월 12.5%, 1월 8.9% 순으로 발생률이 높았다.

박홍준 대표원장은 “연중 노인성난청(노년난청)과 소음성난청 환자 분포가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없는 데 반해 돌발성난청의 경우 겨울철, 특히 12월에 눈에 띄게 늘어나는 이유는 각종 송년 행사 및 회식, 한 해 결산 업무 등에 따른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 영향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돌발성난청은 사회 활동이 왕성한 30∼50대의 발생 빈도가 높고 진행 속도도 빠른 게 특징이다. 노인성난청이나 소음성난청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하지만 돌발성난청은 2∼3일, 또는 발병 수 시간 만에 옆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병의 진행 경과가 빠르다.

따라서 돌발성난청은 가급적 발병 초기에 빨리 진단하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청력 회복의 관건이 된다. 흔히 돌발성난청을 이비인후과의 최고 응급질환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를 놓치면 청력을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귀클리닉 김희남 박사는 “돌발성난청이 나타난 지 1주일 이내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으면 70% 정도는 정상 청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여기서 1주일만 더 늦어져도 치료율은 50%로 떨어지고 2주가 지나서야 치료를 시작했을 땐 정상 청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30%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돌발성난청과 소음성난청은 난청이 한쪽 귀에만 오는지, 양쪽 모두 진행되는지 여부로 구별된다. 소음성난청은 대개 양쪽 귀에 동시에 나타나는 반면, 돌발성난청은 90% 이상이 한쪽 귀에만 온다.

치료는 약물 복용이 첫 순서다. 상태에 따라 혈액순환개선제나 혈관확장제, 스테로이드제, 항바이러스제 등이 처방된다. 김 박사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고 발병 2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겨울철엔 감기와 겹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일시적인 중이염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쉬우므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